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매곡 역

설리숲 2010. 4. 1. 23:06

 

 덧없이 봄은 흘러가고

 춥다고, 강원도엔 늦도록 눈이 내린다고 투덜대던 게 엊그제인데.

 봄은 우리 인생 같기도 하다.

 영원할 것 같은 청춘은 돌아보면 너무나 짧게 흘러가 버렸다.

 봄은 속절없이 지나가 버리고 만다.

 작년 봄이었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멈춰 선 간이역.

 차창 밖 역사 지붕에 덧없이 떨어져 날리는 꽃잎들.

 아름답기보단 처연하게 슬픈 그림 하나.

 하루에 여섯 번 정차는 하지만 중앙선 매곡역은 무인역이다. 역 인근엔 마을이 없어 타고 내리는 승객도 없다. 저 붉은 목련은 저 혼자 눈을 틔우고 개화하고 혼자 무성하다가 저 혼자 낙엽을 떨어뜨리고 또한 홀로 긴 겨울의 모진 설한풍을 맞곤 할 것이다.

 잠간 스쳐 지나가는 매곡역사 지붕의 꽃잎이 처연하고 아름다워 나중에 다시 찾기로 한다.

 

 그리고 여름이 시작될 무렵 매곡 부러 매곡을 목표하고 찾았었다. 무인역이라도 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듯 대합실 벽과 벤치에 페인트가 산뜻하다.

 벤치에 모기 따위 날벌레 주검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이 짜장 사람 없는 곳임을 알겠다.

 계절은 바야흐로 푸르고 무성한데 인적 없는 기차역은 또 저 혼자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한데 매곡(梅谷)이라 함은 매실 골짜기라는 의미인데 매실나무는 보지 못했다. 글쎄  인근에 어디 매실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기차역만 목표로 했더니 시야가 확실히 좁아졌다. 여행은 굳이 목적지를 정할 필요가 없이 느리게 느리게 걸어야 한다.

 

 

 

 

 

 

'서늘한 숲 > 햇빛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신시대로 가는 타임머신.. KBS  (0) 2010.06.05
섬진강 매화  (0) 2010.04.03
오수의 개  (0) 2010.04.01
어느날 여주 여강에서  (0) 2010.03.17
바람이고 싶어  (0) 201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