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귀족

설리숲 2009. 7. 25. 11:08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에 격을 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통음악은 격이 높고 대중음악은 격이 낮다고 하는 건 편견이고 자기기만이다.

 정통음악인이 대중음악을 보는 시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대중음악인은 솔직히 정통음악을 높게 평가한다. 즉 기가 죽는다는 말이다.

 

 

 나는 물론 대중음악이 좋다. 클래식은 너무 어렵고 딱딱해서 쉽게 감겨들지 않는다. 드라마나 CF의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들은 참말 좋다. 여러 번 들어서 귀에 익숙해진 결과다. 답은 쉽다. 딱딱하고 어렵지만 많이 들으면 되지 않겠나.

 사실 대중과 멀어지게 만든 것도 다 음악인들이다. 콘서트에 가려면 복장도 제대로 갖춰 입고 입장해야 한다. 한국이 유교의 영향을 받아서 형식에 치중하는 문화라고들 하지만 기실 서양문화가 격식을 따지기론 더 심하다. 경양식을 먹을 때는 나이프와 포크를 잡는 법이라든지 냅킨, 또는 앉는 자세 웨이터를 다루는 에티켓 따위 정말 신경 쓰여서 맛이나 제대로 즐길 수나 있는지. 영국귀족들이 시작한 테니스 경기장에서는 숨소리도 내지 말고 조용히 구경해야 한다.

 음악에도 이런 귀족적 문화들이 젖어 들어서 연주 중에는 박수도 치면 안 된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클래식은 딱딱하다. 음악인들 스스로 자신들을 우월한 귀족으로 자화하는 특권의식도 없지 않다.

 

 

 객관적으로 보는 내 시각도 대중음악보다 정통음악이 더 품격이 높아 보이긴 한다. 대중음악은 순간이다 반짝 유행하고는 금방 잊혀 버린다. 가볍고 깊이가 없는 까닭이다. 순간적인 인기를 위해 말초적인 메뉴들을 주로 쓴다. 음악인이 아니라 연예인으로서의 인기를 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핵심인 음악과는 본말이 전도되기 일쑤다. 연애소설이 달콤하여 당시의 판매율은 높아도 그게 다다. 딱딱하고 어렵지만 고전으로 평가되는 책들은 두고두고 오랫동안 읽히는 것이다.

 정통음악이 품격이 높은 것은 맞다. 우선 그 종사자들이 공부를 많이 한다. 많은 돈을 들여서 배우고 익히고 연마한다. 또 외국에 가서 좀더 높은 수준의 수업을 받기도 한다. 반면 대중음악인들은 여기서 할 말이 없다. 가수 하겠다고 학교도 제대로 안 다니고 개중엔 중도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음악을 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과 음악을 위해서 공부를 때려친 사람은 당연히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물론 유행을 선도하는 아이돌 가수들도 다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요즘 고전음악이 점점 좋아진다. 아직은 감칠맛 나는 대중음악이 좋지만 이 클래식의 격조 있는 선율들을 듣고 있으면 내 자신 스스로 품격 높은 귀족이 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귀족은 그렇다치고 음악 자체가 참말 황홀한 것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이것저것 음악을 찾고 듣고 하다 보면 그 알 수 없는 매력에 스스로 빠져들고 만다. 참 대단한 마력이 있다 클래식음악에는.

 그러고 보면 음악시간에 선생님이 카세트테이프로 강제로 들려주던 그 음악들이, 그땐 그렇게 싫고 지루했던 음악들이, 찢어 발리는 듯한 소프라노의 소음이 지금에서야 명곡이요 명창인줄을 알게 되었다. 왜 나이가 들어야 사물의 올바른 가치를 알아보는 걸까, 나는 그게 원통하다. 세상을 어느 정도 알만한 때가 되면 그때는 너무 늦어 그만 그 세상을 등지게 되는 그 덧없음이 너무 억울하다.

 

 

 그래도 베토벤은 아직도 너무 어렵다.

 재미없고 지루하던 소나타 <월광>도 이젠 점점 감미로워지는 걸 보면 베토벤도 머지않아 내 가까이 둘 수 있을 것도 같다.

 

  목하 이 음악에 빠져 있는 중이다.

  베토벤 로망스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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