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냇물에 엎드려 허푸허푸 세수를 하는데
꽃잎 몇 장 떠내려온다.
배꽃이다.
아하, 봄...
봄이 벌써 가려 하는구나.
문득 <봄날은 간다>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늘 그렇듯이 아침에 한번 흥얼거린 노래는 하루 종일 입안엣소리로 부르게 된다.
오전 법제를 하면서 사뭇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흩날리더라를 흥얼거린다.
오호라, 나와의 이심전심인가 아님 사람 감정은 다 같은 것인가, 누군가가 MP3를 틀었는데 바로 한영애의 그 노래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플레이되는 그 노래를 들으며 속절없이 가는 봄날의 허무함과 함께
고만 사람의 생도 그처럼 허무하게 흘러가 버림을 절실하게 깨닫고 만다.
그 흘러감은 부지런히 진행중이며 나의 시간과 삶도 예외가 아니라는 데까지 미치자 막막한 심정에 한숨이 푹 나온다.
뭐 생이 아깝다거나 미련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 역시 한 인간인 이상 그 절절함은 그저 무심하게 그 아침을 채우고 말았다.
뭐냐면 세상 맹문도 모르고 철딱서니없이 날뛰기만을 평생 하다가 그나마 나이를 먹고 좀 세상의 이치를 알 만해지면 이미 생은 끝에 와 있어 고만 하직하고 마는 그 살이가 참 억울하다는 상념이었다.
아무려나 지지든 볶든 뭘 가지고 무슨 짓을 하든, 억울하거나 말거나 그래도 국방부시계는 오늘도 돌아가고 있을테니, 상심하고 있어 봐야 나만 손해 아니냐.
지지든 볶든 살아 있다는 시늉은 내면서 야금야금 또 시간을 갉아먹어야 한다는 초탈 내지 체념으로 하루를 마친다. 또 하루를 살았구나.
그러더니 요 며칠 가까운 숲정이에서 뻐꾸기가 종일 울어싼다.
봄은 진즉 끝났다고
짜장 여름이라고...
이 노래, 봄날은 간다...
내가 아는 노래 중 제일 노랫말이 좋다. 특히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하는 부분은 어쩜 이런 글귀를 삽입했을까 소름이 돋을 정도다.
시적이고 철학적이고... 그리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염세적인 요소가 있다.
한영애가 아니더라도 백설희의 원곡도 신록이 푸르러지는 때에, 이율배반적이게 사람을 무참하게 무질러 놓곤 한다.
봄날은 간다 : 한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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