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초록의 茶園에서

너를 향한 마음

설리숲 2010. 6. 22. 22:38

 아궁이에 장작 두어 개를 더 넣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모두 외출하고 없다. 봄이지만 기온은 차다. 몇 해를 비워뒀던 방이라 아직은 온기가 부족하다. 이불 몇 장이 정겹게 깔려 있다. 이제부터 이 방은 여성들의 온기로 영이 돌 것이다. 방바닥 여기저기에 누워 본다. 어느 자리일까. 그해 봄에 그녀가 누워 잤을 자리가 몹시도 궁금했다. 지금은 많은 날이 지났다. 그럼에도 오래 비어 있던 방에는 그녀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허명대고 그녀가 누웠을 자리를 짐작해 보지만 영 알 수가 없다. 그냥 맘성에 여기려니 하고 가장 따뜻한 곳을 골라 눕는다. 아니 분명 그 자리임을 확신하면서 이불을 끌어당겨 덮는다. 짜장 온기가 등에 전해지고 웬일인지 그녀의 몸냄새가 난다.

 아 얼마나 애절한 그리움이었던가. 얼마나 서글픈 사랑이었던가.

 지나간 시간은 어찌 그리도 허무하고 애달픈가. 그해 봄에 단 한번이라도 이 아궁이에 불 한번 지펴주지 못했었다. 가고 나면 그것들은 이상하게 사무치는 것이다.

 

 그녀가 누웠을 자리에 내가 누워 지나간 시간과 그리움과 고통과 감미로움과 전하지 못한 사랑, 아 외로운 사랑. 이런 것들을 열꽃처럼 온몸에 피워 올렸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그 꼬라지를 보았다면 미친 변태놈이라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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