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마을이 있는 풍경

부산 감천마을

설리숲 2023. 1. 18. 20:14

 

13일의 금요일이다.

음산한가.

 

게다가 부슬부슬 는개비가 내렸다.

음산하다.

 

하루종일 햇빛이 없었다.

 

 

 

 

 

 

 

계획된 도시의 정연한 질서보다 아무렇게나 난립하여 자연적으로 성립된 골목길이 더 정겹고 푸근하다.

 

오래된 옛 골목길에서는 정신없이 빠르게 달려가는 세상의 속도를 잠시 잊는다. 물론 그 주민들도 첨단문명의 이기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을 테지만.

 

이곳의 집들은 마당이 없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 소유하고 도열해 있어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참말로 좁디좁은 가옥들이다.

그러면서도 산록면에 위치한 독특한 구조라 집집이 다 햇빛을 담뿍 받고 산다.

물론 는개비 내리는 이런 날은 음산하다.

 

 

 

 

 

 

 

 

 

 

 

 

 

 

부산 감천마을.

 

웬만한 곳은 다 재개발하여 헐리고 계획 신도시로 변모하지만 감천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 천년을 이어갈 셈인가.

 

남보기 꺼려지는 것도 관광화할 수 있는가. 인천에서는 괭이부리말을 관광특구화하려다 여론의 맹비난에 부딪쳐 철회했다. 가난을 상품화한다고.

 

어쨌든 감천마을은 유명관광지가 되었다.

 

 

 

 

 

 

 

 

 

 

 

 

 

 

 

 

 

 

옛것과 지금것이 공존하고 있는 이 거리.

중세 유럽의 그것과도 같지 않고 한국 전통의 그것과도 같지 않은 특이한 마을.

풀도 나무도 없는,

관광객은 많으나 왠지 고독감이 느껴지는 이상한 골목길.

 

나를 비롯하여 한번 시끌벅적하게 구경하고 오면 그만인 관광객들은 주민들이 겪는 불편함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또 가고 싶어도  맘편하게 즐길 수는 없을 것 같은 다른 성격의 불편함과 애잔함.

 

 

 

 

 

 

 

 

 

 

 

 

 

 

 

 

 

사람 사는 게 어디나 다 똑같다.

이곳에도 어둠은 내리기 시작한다. 겨울비 흩뿌리는 저녁답은 더욱 빨리 어두워졌다.

그리고 감천항구 검은 바다보다 더 깊고 어두운 적막에 묻혔다.

고단한 내일을 위해 오늘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꿈 같은 고독의 시간이다.

 

 

설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곳도 풍성한 명절이겠다.

 

 

 

                    김도향 이화 :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