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도시투어 익산] 보석박물관 익산원도심 패키지여행

설리숲 2025. 12. 26. 20:46

 

간만에 기차로 가는 패키지여행.

패키지여행의 즐거운 점은 아무런 신경 안 쓰고 가이드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 된다는 것이다.

하라는 대로 병아리처럼 대답하고 마음껏 여유를 부리는 것이다. 가끔 가이드 말 안 듣고 엇나가는 사람 흉도 보면서.

 

 

익산역 인근 원도심을 돌아보는 일정이다.

이리역 폭발 참사.

국민학교 시절에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위에 이주일이 하춘화를 업고 탈출해 생명의 은인이 되었다는 얘기가 얹어진 그곳이다.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되어 올해가 그 30주년이라 한다.

 

 

 

 

첫 번째 방문지는 왕궁저수지 호안가에 있는 밀새싹힐링팜.

비누만들기 체험이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프로그램도 기꺼운 척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서대로 시약을 만들고 틀에다 부으면 약 30분 후에 굳어 비누가 된다.

좋아하지 않은 프로그램이어도 비누 하나 득템해서 왔으니 그것 또한 개이득이다.

 

 

 

 

그리고 익산원도심 탐방.

여기서부터는 각자 흩어져 익산이란 도시를 톺아본다.

작년 여름 김민기 선생 돌아가셨을 때 함열 일대를 다녀본 것과 함께 익산을 이렇게 속속들이 돌아보기가 두 번째다.

 

하루 종일 우중충하고 흐린 날씨다.

이따금 는개 같은 안개비도 날린다. 덕분에 도시 골목의 풍경도 음산하다.

그래도 괜찮다. 겨울이니까.

겨울 풍경은 음울한 게 맞다. 봄날처럼 화사하고 새틋하면 그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다음 방문지는 보석박물관.

익산은 전통적으로 보석세공술의 고장이라고 한다.

이름부터 생전 처음 보는 진귀한 보석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당초에는 별 관심은 없었지만 호사스런 눈요기로서 만족한다.

 

 

 

다이아몬드 자수정 오팔 비취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호안석 자마노 산호 터키옥 연수정 호박 진주 장미석 아쿠아마린 가넷 스타루비 공작석 지르콘……

그 가짓수가 엄청 많아 전문가들도 다 모를 정도라 한다.

 

이것들을 품고 있는 지구라는 덩어리는 참말 광채 나는 우주의 보석이다.

 

 

 

   그대가 끼고 있는 저 홍옥은

   부드러운 귀밑에 매달려 있어도

   보석으로 영원히 남으리라

   그대의 모든 아름다운 세계가 사라진 후에도……

 

 

 

세상에서 찬탄할 미사여구가 가장 많은 보석.

보석은

시들지 않는 꽃, 퇴색하지 않는 꽃, 얼어붙어 버린 꽃이다.

그러나

그것은 꽃의 미이라에 불과하다. 가짜 꽃이다.

가짜 보석이 진짜 보석의 이미테이션이라면 진짜 보석은 꽃의 이미테이션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아름답고 순수한 보석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들판이 아닌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한 기껏해야 자연의 모조품일 뿐이다.

 

 

 

 

 

 

거리는 우중충하고 음산해도 역시 크리스마스라 거리엔 성탄빛이 가득하다.

 

어른들도 성탄트리를 보고 적으나마 설레는 건 아직은 어린아이의 감성이 조금은 남아있는 까닭이니 그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 우린 아직 죽지 않았어!

 

 

 

동지를 지나 크리스마스를 맞으면 정말 깊디깊은 겨울이다.

그리고 이제부턴 해가 길어지며 또다시 여름으로 가는 것이다.

 

저녁이 내리고 또 하루 겨울이 지나갔다.

 

 

 

 

 

 

 

 

 니콜라이 나스코프 : Ocharovana Okoldov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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