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사찰.
금강산 건봉사(乾鳳寺)
천 년 이상을 재해와 전쟁의 참화로 인한 굴곡을 겪어 오고 있는 절.
유서는 깊어도 우리가 구경하고 있는 현재의 건물들은 30년밖에 안 된 가람이다.
화재로 다 타고 나면 또 짓고, 산불로 또 사라지고, 또 짓기를 반복하다가 한국전쟁으로 다시 전소되었다가 1994년부터 복원한 게 현재의 건물이라 한다.


금강산 건봉사라 하지만 금강산 자락이 시작된다는 의미지 본 산과는 거리가 멀다.
어쨌든 가볼 수 없는 금강산의 끄트머리라니 일말의 애틋함은 있다.
겨울의 금강은 개골산이라고 하여 그 또한 명승이라 하는데 이곳 건봉산이 그런가는 모르겠다. 맹렬한 한파 속에 묵묵히 겨울을 나고 있는 중이다.
골바람이 사정없이 때리고 지나간다.
완전무결하게 꽁꽁 싸맸는데도 볼이 얼얼하다. 그래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햇살이 가득 쏟아진다.




맑고 투명한 겨울이다.
이 하늘 아래 선방에 들어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저절로 수행이 될 것 같다.
불자는 아니지만 어느 한때는 동안거를 동경하기도 했다.
눈이 한 길이나 쌓인 토굴에 들어 면벽참선하며 혹독한 겨울을 나고 따뜻한 봄을 맞는 기분은 어떨까.
생각이 그럴뿐 정말로 그리하려는 의지는 예나 지금이나 박약하다.
말하는 것도, 말 안하는 것도, 눕거나 자거나 하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다 수행이라 하니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黙動靜)의 불가의 철학이 나 같은 게으른 자에겐 참 편리하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도 수행중이고 24시간 전부 수행정진중인 것이다. 나는 부처가 될 것이다.













겨울이라 풍경에 매달린 고기를 떼어 내어 풍경소리도 들을 수 없다.
텅 빈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그늘 짙은 툇마루도 그저 황량하고 쓸쓸하다.
세찬 바람이 한번 몰아칠 때마다 담장 밑 잔설이 어지러이 날려 툇마루에 앉았다가 이내 사라진다.
몹시 춥고 날인데도 탐방객이 꽤나 찾아들었다.
겨울에 묻힌 산사는 사람이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건봉사는 6‧25때 국군과 인민군에게 번갈아 점령당하면서 그 난리통에 소실되었다. 저 불이문만 전화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또 모든 것을 태워버린 여러 번의 큰불에도 산신각 뒤 언덕 위에 저 소나무 한 그루 독야청청 살아남았다고 하며 지금은 이곳의 명물이 되었다.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하니 우리 기상일레라.


고요 속에 묻힌 절집을 내려와 바다로 나갔다.
귀기가 느껴질 정도로 파란색이다.
파고는 높고 갯바위를 덮치는 비말은 어지럽다.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뜨린다.




건봉사 산문과는 극명한 딴 세상이다.
내가 속해 있는 사바는 늘 그렇다. 그게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일 게다.
동중정,
왜바람과 파도 어지러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갈매기들의 자태는 너무나도 평온하다.
건듯 바람에도 얄랑이는 우리 인간보다 갈매기가 어쩌면 고등동물일지도 모르겠다.
건봉사 불이문과 소나무처럼 세태에 휘둘리지 않고 홀로 고아하게 버티고 서고 싶음을.
클레오 레인 & 제임스 골웨이 : How, Where, W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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