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버스를 타고 세종시 투어를 하려고 몇 번을 들어갔다가 다섯 번만에 성공했다.
첫 번째는 혹서기라 임시 휴행이었고,
여름이 끝나기를 기다려 두 번째 예약을 시도했지만 이미 매진되어서 실패.
(그러나 매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세 번째는 여유롭게 예약을 했는데 이틀을 앞두고 신청자 수가 적어서 운행을 취소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네 번째는 정상적으로 접수를 하고 조치원역까지 갔는데 시내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시간에 대지 못했다.
(나랑 세종은 궁합이 안맞는가 보았다.)
비로소 다섯 번째 만에 2층버스를 탈수 있었다.
사방이 노출된 객실이라 이제 찬바람 불면 운행을 중단한다 하니 어쩌면 내가 참가한 건 올해의 마지막 시티투어일지도 모르겠다.
2층은 측면이 개방돼 있어 자칫 가로수 가지에 다칠 염려도 있다.
몇 군데 정해진 장소를 방문하긴 했지만 나는 일행에서 벗어나 거리의 풍경들을 구경했다.
대왕참나무 메타세쿼이아의 붉은빛과 이제 제철을 맞은 노란 은행나무들이 쓸쓸하지만 화려하게 낯선 거리에 서 있었다.
나는 조치원은 가 보았지만 세종 신도시는 한번도 가 본적이 없어 낯선 거리였다.
랜드마크가 될 한뜰마을 6단지 아파트.
비주얼은 미래형 고급 건물의 위용이지만 분명히 아파트다.
펜테리움 센트럴파크 메르디앙 리버사이드 힡타운 파밀리에 칸타빌 스카이캐슬 포레스트 등 황당하고 해괴한 단어들을 여러 개 조합하여 지은 이름이 아니고 ‘한뜰마을’,
단순하고 간결하다.
아파트의 품격은 이름이 아니라 내구성과 질 좋은 실생활환경임을 간단명료하게 보여준다.
세종시의 랜드마크는 단연 정부종합청사다.
시의 한가운데 건설되어 있어 모든 인프라가 이곳으로부터 나오고 이곳으로 집중된다.
정부청사라 지도에 검색은 되지 않는다.
모두 22개 동이 있어 스케일이 방대하다.
모두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멀리서 보면 거대한 메트로시티 같다.
세종은 행정시요, 행정은 세종이다.
세종이란 이름의 도시 태생의 근원이다.
오늘도 한 청사 앞에서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시위하는 사람들의 건조한 눈을 보면 나는 눈물이 돋곤 한다.
우리는 국가로부터 희생을 강요받지는 않았는가. 국가폭력으로 삶이 피폐하지는 않은가.
정신이 미숙했던 소싯적 한때 나는 데모를 벌레 보듯 혐오해서 시위하는 자들은 빨갱이로 치부했었다.
내가 노동을 하고 하나씩 세상을 알아 가면서 시위 없는 세상은 죽은 사회라는 걸 알게 됐다.
독재정권하의 북한은 생명들의 그 어떤 일말의 바람도 허용되지 않는 무지막지한 고요와 정적이다.
우리는 생떼같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끊임없이 보여야 한다.
비록 초췌한 얼굴에 건조한 눈빛이라도.
겨울이 바투 다가온 것 같다.
푸른 잎들은 사라지고 거리는 이제 마지막으로 은행잎이 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마려웠나 보다.
소녀시대 : Lion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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