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로 처음이자 마지막인 장소다.
마라도는 여느 섬보다 특별히 풍광이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토의 최남단이자 ‘바다 끝’이라는 상징성으로 한번은 꼭 다녀오리라 벼르던 곳이다.
그러므로 이제 그 바다 끝에 서서 먼 수평선 바라보고는 뒤를 돌아볼 여유를 갖는다.
더 이상은 앞으로 나갈 수 없어 왔던 길을 되밟아 나가는 막다른 길이었다. 길은 어디나 열려 있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겠다.
되돌아 걸으면서 자신 지나온 인생을 뒤돌아보라는 시간의 배려와 충고로 알면 그 또한 고맙고 뿌듯한 일이다.
이쯤이면 그럴 나이가 됐다는 생각도 든다.
단지 외지고 작은 섬이려니 짐작했더니 이렇게 번화가도 있다.
성당과 교회가 있고 사찰이 있다.
그 외에는 섬은 공간과 억새뿐이다.
그리고는 바다와 파도.
바람.
자유,
숙명 같은 외로움.
더는 갈 수 없는
여기는
바다 끝이다.
땅끝이 아닌 바다 끝이 더 정학한 표현일 것 같다.
내내 회색빛으로 흐려 있던 하늘과 바다가 섬을 떠나 이만큼 멀어지니까 그제야 벗개며 불그스름하게 노을이 비치고 있었다.
내 생애 단 한 번뿐인 만남.
마라도.
최백호 : 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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