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이곳도 설국이었다. 제주 1100고지

설리숲 2023. 1. 9. 19:34

 

밑에서 쳐다보니 한라산에 눈이 별로 없다. 얼마 전 역대급의 폭설이 내렸다는데 과연 따뜻한 지방이라 그런가.

그래도 이와 제주에 왔으니 한번 가보기는 해야지. 말로만 듣던 1100고지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힌다는 이곳의 설경을 보러 겨울이면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한다.

 

기대를 안했는데 웬걸.

버스가 고지대로 오르면서 눈이 많아지더니 1100고지에 다다르자 정말 엄청난 눈이 쌓여있다.

눈내린 지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어른 허리께에 미친다. 따뜻한 섬이지만 고지대는 이토록 빙점 이하의 기후다.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 빙벽이다.

 

쉴 새없이 칼바람이 몰아친다.

뺨과 귀가 얼얼하다. 손이 시리다.

눈이 많이 쌓여 돌아다닐 데도 없다. 휴게소 주위만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설령 돌아다닐 데가 많았더라도 칼바람 추위 때문에 엄두가 나질 않는다.

 

 

사람들은 인증사진만 찍다가는 추워죽겠다고 엄살을 부려가며 사라지고 그 뒤로 다른 사람들이 인해전술로 또 몰려든다.

 

 

 

 

 

 

 

 

 

 

 

 

 

 

 

 

 

나도 이것저것 사진을 찍어 본다.

다 그게 그거고 나 역시 다양한 사진을 얻지는 못했다.

설경이고 뭐고 추워서 얼른 도피해 내려왔다.

오랜만에 제대로 맞아 본 겨울바람이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눈덩이들.

 

겨우내 지속되는 만년설.

여기는 제주 1100고지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재미나게 본 것이 <가위손>이다.

피터팬신드롬인 건지 철없는 소년에 머물러 있는 나는 그런 동화류의 영화가 좋다.

특히 조니 뎁이 애인 위노나 라이더를 위해 흉측한 가위손으로 얼음을 조각할 때 밤하늘에 날리던 눈가루 장면. CG인 줄 알면서도 그 신에서 나 아니고 누구라도 감동 느꼈을 것이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클래시컬한 음악이 정말 환상적인 영화.

겨울이면 꿈꾸는 동화 같은 그 세상.

 

 

 

영화 <가위손> 중에서 : The  Grand Finale

 

 

 

 

제주버스터미널이다.

이 석유히터 하나로 난방한다. 헐...

명색이 관광을 테마로 한 ‘제주특별자치도’요, 국제자유도시인데 핵심격인 터미널의 실상이 이렇다.

제일관문이야 당연히 제주공항이라 그곳은 으리으리 삐까번쩍이지만

그래도 관광객을 각 지역으로 보내는 ‘터미널‘의 이 소박함이라니.

테이프로 바닥에 코드선 붙여 놓은 것 하고, 너무도 소박하고 인간적이어서 많이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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