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부산 장림포구

설리숲 2022. 12. 14. 21:51

 

 

 

여긴 ‘부네치아’라고 하네요.

 

이런 유의 이름짓기는 내겐 좀 혐오스럽습니다.

그냥 통영이면 통영, 여수면 여수지 ‘한국의 나폴리’, ‘한국의 산토리니’ 따위의 사대적인 개념이 영 못마땅합니다.

경리단길을 본따 망리단길 송리단길 황리단길 행리단길 등등의 몰개성 몰염치한 작명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산 사하구에 있는 장림포구는 ‘부네치아’라고 합니다. 부산의 베네치아라는 의미겠지요.

유럽풍 집들 흉내로 리모델링을 하여 조금은 특이하게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근래 사진 찍기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장림, 참 근사한 이름입니다.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에 길게 뻗친 숲, 즉 장림이란 낱말이 몇 번 나오는데 부산의 이 포구 이름이 얼마나 반갑고 근사한지.

 

 

 

 

 

 

 

 

 

 

 

 

 

 

 

 

 

 

 

 

 

 

 

 

 

 

 

 

 

 

 

 

 

 

 

 

삭막하고 칙칙하고 냉랭한 겨울 포구 풍경 일색이던 것이 제법 눈길을 머물게 합니다.

공방도 있고 카페도 있고, 거친 바닷사내들과 더불어 투박한 사투리가 물비늘처럼 너울거립니다.

 

커피를 보약으로 알고 즐기는 나는 역시나 참새방앗간 못 지나치고 우아하게 카푸치노를 한 잔 마십니다. 그러면서 잠깐 이탈리아 지중해에 있는 듯 감정이입을 해 봅니다. 이 무슨 똥같은 사대주의 소견머리인지!

 

 

아무튼 베네치아라는 이름 말고는 무난히 관광명소의 기준에 부합니다. 믈론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의 기준이지만.

 

 

 

 

 

 

 

 

 

 

 

 

 

               존 레논 :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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