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세종 고복저수지 둘레길

설리숲 2020. 2. 26. 23:55

 

몇 해 전 가을에 어여쁜(?) 아가씨들과 비암사를 갔었다.

비암사를 찾아 들어가기 전에 어느 호숫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 호수가 고복저수지다. 호수가 예쁘다고 친구들은 한마디 씩 했는데 내 눈에는 뭐 그리 풍광이 빼어나 보이진 않았고 어딜 가나 흔한 평범한 호수였다.

가을 정취가 절정인 비암사는 썩 좋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가을의 여행 풍경 사진이 가장 아름답고 추억 또한 진하다. 계절 탓이리라.

 

그 뒤로도 유정은 종종 비암사를 왔는데 비 오는 절의 풍취가 좋다는 등의 문자와 사진을 전송해 오곤 했다. 고복저수지에 데크길이 만들어져 있다는 소식도 함께. 별거 아닌 것에도 과장해서 감탄하는 사람이니 뭐 크게 공감하진 않으나 그래도 그녀의 반복되는 찬미에 조금은 마음이 동해 한번 호수둘레를 걸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녀의 과장된 감흥이 문제가 아니라 여러 곳들을 다니다 보니 웬만한 것에는 눈에 차지 않는 내 시선이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도 하긴 한다.

 

아무려나 날은 점점 따스해지고 당장이라도 봄날이 몰려들 것 같은 여유로운 날들이어서 잠깐이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은 이 즈음 계절이다. 특별히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그럼 거기나 한번 걸어볼까 하고 가볍게 다녀온 고복저수지다.

 

지난번 다녀온 증평의 삼기저수지와 거의 비슷한 풍광이다. 하긴 저수지가 어디라고 특별할까. 다 거기서 거기지. 다만 고복저수지 풍광이 좀더 밝고 컬러풀한 건 햇빛이 가득한 날이어서일 게다.

 

아직은 겨울이어서 그렇지 다른 계절에는 제법 사람이 많이 몰려든다. 매운탕집을 비롯한 먹을거리 식당도 많고 커피집도 많다. 꽤 넓은 시민공원도 있다.

 

호수는 그저 조용하다. 그거면 족하지. 호수가 현란하게 일렁거린다면야 참말 매력 없다. 우리가 굳이 호수를 찾을 이유가 없다.

파란 호면, 초초하게 반짝거리는 은결. 밝은 햇살.

제자리에서 제 모습으로 있는 것들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세상을 지탱해주는 근본정체들이다.

 

 

 

 

 

 

 

 

 

 

 

 

 

 

 

 

 

 

 

 

 

 

 

 

 

 

 

 

 

 

 

 

 

송골매 : 모두 다 사랑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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