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노래를찾아떠나는여행

푸른 뱀의 전설, 청사포

설리숲 2019. 2. 10. 23:49

 

 

 

 

 

 

주말 내내 한파라고 기상캐스터들은 잔뜩 겁을 주었지만 부산은 이미 훈기가 가득하다. 텃밭 언저리 매화가 활짝 피었고 묵정밭들에는 언제부터 났는지 풀이 무성하다. 그리 넓다고 할 수 없는 국토의 남북의 기후는 이토록 차이가 크다.

 

청사포.

푸른 모래라서 靑紗더냐.

 

 

 

 

 

 

 

 

 

 

 

장산역에서 전철을 내려 인터넷 지도를 기억하며 길을 짚어 걸었는데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게 엉뚱한 길을 따라 내려가게 되었다. 푸른 바다가 다가서고 그 앞은 폐선된 옛 동해남부선 철로였다. 지척에 해운대 백사장이 보였다. 이 폐철로를 따라 가면 청사포이니 원래 계획한 길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잘 됐다. 사뭇 바다를 보며 걷는 기분이 되려 좋다.

 

 

 

 

 

 부산은 진작에 봄이 이만큼 와 있다. 묵정밭에 풀이 무성하다.

 

 

 

 

 

 

 

 

 

 

 

 

 

 

 

 

 

 

 

 

 

 

 

 

 

 

 

 

 

 

 

 

 

 

 

 

 

청사포는 송정과 해운대 사이에 있는 포구다. 그 이름은 내게 생소했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였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고 가수 최백호는 아예 청사포를 노래했다.

 

이름처럼 이곳에 푸른 모래는 없다. 해안에 아예 모래는 없다. 검푸른 돌덩이들 투성이다. 그럼에도 청사포(靑沙浦)라 한다.

 

 예전 이 마을에는 금실이 좋은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뱃사람이었다. 어느 날 아침, 하늘과 바람이 심상치 않아 아내는 남편더러 고기잡이를 하루 쉬라고 했다. 그러나 젊고 힘센 남편은 걱정하는 아내를 다독이며 바다로 나가고 말았다. 아내는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 후, 노을빛이 서녘 바다를 붉게 물들일 때, 늘 그렇듯이 바위에서 남편의 배를 기다렸다.

  그러나 수평선 위의 핏빛 석양이 사라지고 옻 색으로 바다가 물들 때까지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렸으나 남편은 끝내 오지 않았다. 아내는 그날부터 매일 바위 위에 서서 남편의 배를 기다렸다. 언덕배기에 간절함과그리움의 소나무 한 그루를 심고 나무가 자라는 것을 바라보며 언젠가 남편이 무사히 도착하리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내는 점점 야위어갔고 바다를 바라보는 두 눈가에는 언제나 핏빛 석양을 닮은 색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애타는 기다림을 말렸으나 아내는 남편의 죽음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아내의 정성은 심연의 용궁까지 전해져 동해 용왕이 자신의 차사로서 푸른 뱀을 여인에게 보내게 되었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부채처럼 아련하게 퍼지던 날 아내는 푸른 뱀의 인도를 받아 용궁에 도착하였고 너무나도 그리워하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남편은 이미 이승의 연이 다한 몸이기에 혼자 돌아온 아내는 슬피 울다가 세상을 하직하였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마을 이름을 푸른 뱀의 포구, 즉 청사포라고 하게 되었으며 당시 김씨 여인이 심은 나무를 망부송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런 전설로 원래 이름은 靑蛇浦였으나 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뱀이 아닌 모래를 써서 淸沙浦라 하였다가 그후에 다시 靑沙浦로 개명하였다고 한다. 이름처럼 푸른 모래가 없는 연유다. 최백호의 노래 가사에 언제부터인지 푸른 모래는 없고라고 돼 있는데 원래부터 모래 없는 포구였다.

 

 그동안 출입이 통제되었던 이곳 몽돌해변이 30여년만에 다시 개방된다고 한다. 1985년 간첩선이 출몰하여 그 소탕작전 이후 군이 철책을 설치했는데 이제 그것을 제거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언젠가는 그리 돼야 할 사안이지만 제발 관광객들이여,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몽돌 하나씩 주워가는 파렴치한 짓은 하지 않기를.

 하나씩만 주워도 2년 안에 몽땅 없어지고 말텐데.  

 

 

 

 

 

 

 

 

 

 

 

 

 

 

 

 

 

이 포구는 미역이 주산물이라고 한다. 집집이 미역들이 널려 있고 마을 앞 길가에도 온통 미역이다.

날이 좋아 바다는 하루 종일 푸른빛이었다. 연신 마을버스가 선착장 편의점 앞에 당도하고 쏟아진 사람들은 방파제에 올라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에 달라붙어 사진들을 찍는다.

뱃사람들의 어촌이지만 거리는 제법 도시를 닮은 세련된 비주얼이다. 고상한 인테리어를 한 카페들이 골목 풍경들을 바꾸어 놓았다.

 

우리는 얼마나 편견 속에 갇혀 지내고 있는지. 포구는 비릿하게 갯내음이 풍기는 곳이라는 선입견들은 우리의 뇌를 좁은 프레임 안에 가둬놓고 있는 것이다.

 

 

 

 

 

 

 

 

 

 

 

 

 

 

 

 

 

 

 

 

 

 

 

 

 


방파제에서 이맛전으로 올려다 보이는 것은 달맞이마을이요, 달맞이 고개에서 내려다보는 청사포는 가슴이 시리게 푸른빛으로 펼쳐져 있다.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다.

시간은 시시각각 봄으로 향해 달려가고 청사포의 빛은 점점 더 푸르러질 것이다.

 

 

 

 

 

 

 

 

 

 

 

백학기 작사 최백호 작곡 노래 : 청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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