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신성리 갈대밭

설리숲 2018. 12. 4. 22:24


 시간은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었다.

 길 위에서 숱한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고 또 사람들을 스쳐 보내고... 어느 아침 강가에 섰다.

 겨울의 초입 금강.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강물은 언제부터 이처럼 말없이 흐르고 있었을까.

  바람도 없는 강 위에 빈 배가 하나 떠 있다. 버려진 빈 배는 이쪽과 저쪽 끊어진 우리의 세계를 하나로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세상의 나룻배가 되어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살아가거늘. 모두들 빈 나룻배처럼 늙어 왔다. 사라져 간다.

  강둑을 따라 걸었다. 흐르는 물처럼 나도 흘러가리라.

 

 

  허옇게 서리 내린 들녘은 그냥 무작정 아무데나 걷고 싶은 충동이 인다.

  갈대숲이다.

 

  이따금 푸드덕 날아오르는 새의 날갯소리.

  키 큰 갈대에 파묻혀 강물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는 휘이 소리를 내며 어지러이 일렁거린다.

  미세먼지 희부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 갈대숲이, 새들이 언제까지나 여기 낙원처럼 남아 있을까.

  도시문명은 어느새 저만치 와 있는데 이들은 이제 어디로 갈까.

  갈대숲에 서서 햇살을 받는다.



 2013년도였던가. 해토머리에 이곳 이곳 갈대밭에 왔었는데 당시 창궐했던 AI의 영향으로 갈대를 죄다 베고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해마다 날이 서늘해지면 찾아오는 AI이라 그간 가을마다 서천군에서 주최해 오던 갈대축제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중단된다고 한다. 

 철새도래지로 알고 갔는데 새는 별로 없다. 올려다 본 하늘은 미세먼지가 부옇다. 환경이 어느 결에 이렇게 피폐해졌나. 강추위, 춥지 않으면 미세먼지, 또는 폭염. 겨울철마다 조류독감에 구제역.

 신성리 강변에 새들이 없는 것은 AI이 아닌 인간이 저질러 놓은 환경파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박문호 시 김규환 작곡 엄정행 노래 : 님이 오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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