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한 쌍의 판다를 위해

설리숲 2016. 9. 25. 18:20

 

 

 2014년 한중정상회담 때 시진핑은 박대통령에게 선물로 판다 한 쌍을 주었다. 선물은 고맙지만 판다가 어떤 동물인가. 대나무를 먹는 특이한 놈들로 중국에서도 극히 일부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동물이다.

 선물을 줄 때는 좀 생각을 하지 야들을 한국으로 보내면 도대체 어떻게 먹여 살리라고.

 

 판다 한 쌍은 에버랜드에서 키우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대나무가 없는 건 아니어서 그 먹이를 구할 곳을 심사숙고했다. 경남 하동의 한 지리산 자락을 그 먹이 공급처로 선정했는데 그 과정도 엄청 까다로웠다고 한다.

 판다의 식성이 까다로워서 이물질이나 혹 인근에서 날아와 검출될 수도 있는 약성분 냄새가 나거나, 조금이라도 시든 것은 안 먹는 특성이 있어 제반에 걸쳐 엄정하게 검증한 결과다.

 

 이 대나무를 공급하는 일은 하동산림조합이 맡았는데 솜대, 왕대, 산죽, 죽순 등 여러 가지를 다 망라해서 골고루 보내야 한다. 행여 묵은 잎을 보내거나 악천후로 인해 채취작업을 못할 경우에는 변상을 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동 탑차를 운행한다고 하니 이건 옛날 중국에 조공을 바치려 가난한 백성을 족쳐내던 모양새다. 사람도 아닌 판다라는 귀하신 몸을 위해 전담 공무원도 두어 사람 차출되고 행여 작업인부가 모르고 묵은 잎이나 시든 잎을 채취할까 늘 현장에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에버랜드로 공수하는 대나무는 1년에 28600kg이고, 그 보수는 기껏 11천만 원이라 한다.

 

 왕에게 바치는 것은 진상이라 하고, 상국(上國)에 바치는 것은 조공이라 하는데, 시진핑 박근혜 정상회담이 진상과 조공을 동시에 강요당하는 기분이 든다.

 선물도 상대에 맞는 것을 주어야 선물이다. 임금이, 부리는 내시가 예쁘다고 미녀를 한 수레 선물로 내린들 무슨 소용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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