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보는 곳은 김제 들판이라 한다.
그런데 서산의 대산 들판도 역시 지평선을 본다.
저 지평선 끝에는 삽교천이 바다로 흐르고 있다. 한국에선 귀한 북쪽 바다다.
이른 아침에 들판을 걸으면 발목과 종아리를 함추룸히 적시던 이슬의 감촉이 참 좋았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것들이 다 부질없고 귀찮아졌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아이는 행운아다.
나는 행복한 삶을 산 셈이다.
초록이 좋다.
초록의 바다. 초록은 흙빛보다 찬란하고 눈빛보다 복잡하다.
땅은 어디서 어느 때 그렇게 맑은 물감을 먹었길래 봄이 되면 한꺼번에 그것을 이렇게 지천으로 배앝아 놓을까. 바닷물을 고래같이 들이켰던가. 하늘의 푸른 정기를 모르는 결에 함빡 마셔 두었다가 그것을 빗물에 풀어 시절이 되면 땅 위로 솟쳐 보내는 것일까. - 이효석 <들> 중에서
박강수 노래 :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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