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休庵이라 했나.
쉬고 또 쉬는 암자? 그 이름이 좋다. 예전부터 명성은 자자했는데 한번을 못 갔다. 봄기운이 가득한 休日에 해안선을 따라 모처럼 드라이브를 한다. 중고지만 차도 바꿨겠다 날도 화창하니 시운전 삼아 햇빛 속을 달려 본다.
양양의 바다.
휴휴암, 암자라면서 규모가 크다. 어디 휴휴암뿐이겠는가. 유명한 암자는 웬만한 절보다 더 크다. 조촐한 맛이 없어 일단 실망이다. 실망보다는 부정적인 첫인상이다. 인파들. 이름처럼 쉬어 가는 암자는 아닌듯하다.
관음성지다. 법당 본존도 석가 대신 관세음보살이다. 중생에게 가장 친근하고 가까운 보살이다. 바닷가엔 거대한 해수관음이 서 있다. 지나치게 큰, 그래서 친근하지 않은 위압적인 관음이다.
곳곳에서 징을 치고 목탁을 치고 바라와 경쇠를 쳐대고 정신이 하나 없다. 매캐한 향내와 양초 타는 내가 뒤섞여 욕지기가 난다. 방생법회를 하느라 요란하다. 정녕 쉬어 가는 곳이 아니다.
생명존중을 가장 큰 자비덕목으로 삼은 불교다. 산 것은 놓아주고 죽게 된 것은 구제하라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방생은 그런 의미의 행위인데 이제 와선 다 개소리다. 방생을 위해서 고기를 가두어 두어야 한다. 이게 얼마나 악랄한 짓인가. 휴휴암에서도 수조에 가둔 고기를 만원에 다섯 마리씩 판다. 그걸 사서는 중들의 지휘(?) 아래 바다에 놓아 주고는 머리를 조아리며 발복을 비는 것이다.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중 가장 불교에 가까운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망측한 짓들을 보면 역겹다. 불교만 그렇겠는가. 종교들은 죄다 그 모양이다. 겉만 뻔드르르한 형식적인 종교행사들. 그 속셈들은 뭐 당연히 돈 갈취 아닌가.
가증스럽고 혐오스럽다.
풍광은 빼어나지만 편안하게 그 풍광을 감상할 수 없는 휴휴암, 또 가고 싶지는 않다.
하조대.
고즈넉한 누각, 햇빛 가득한 검푸른 바다, 이름처럼 하얀 백사장. 진정한 양양의 아름다운 바다다.
휴일.
마돈나는 무대공연의 귀재다. 뛰어난 가창력이 아닌 무대 퍼포먼스로 그의 매력을 발산한다. 풍성한 표정과 다양한 무대매너,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까지. 그의 공연실황을 보면 저절로 흥분이 된다. 마돈나는 그의 롤모델인 마릴린 몬로를 이미 뛰어넘었다. 환갑이 다된 지금도 여전히 왕성한 공연을 벌이고 있다. 그의 공연은 때로는 지나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화제가 된다.
나는 이런 마돈나의 퍼포먼스 중에서 <Like A Prayer>노래가 가장 좋다. 이 노래를 할 때만은 그녀는 가장 최선을 다해 노래를 한다.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진짜 구도자가 된 듯이 진지하고 간절하다. 보는 사람이 더 숙연하고 엄숙해진다. <Like A Virgin>의 성적(性的) 반항미와 <Like A Prayer>의 성적(聖的) 순결미, 단어 하나만 바꾸어 넣은 극단적인 이중성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참말 뛰어난 엔터테이너다.
Madonna : Like A Pr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