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속도가 빠른 기술력이라 근자에는 일기예보가 잘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장기예보는 늘 빗나가고 있다. 올 겨울은 추위가 어쩌구, 눈이 저쩌구...
매해 겨울을 앞두고 하는 장기예보는 거의 맞지 않았다. 탓할 수야 있나. 최첨단 장비와 기술이라도 정작 날씨가 제멋대로이니.
올겨울 장기예보는 춥지는 않고 눈이 많이 온다 했다.
내심 아이쿠!!!... 였다. 얼마나 추우려고 저런 예보를 내놓았을까.
아니나 다를까 불안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어 12월 들어서자마자 맹렬한 이 한파... 한번쯤은 쉬어가기도 하건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고 하필이면 최악의 경우만 맞혔을까.
드디어 강원도에도 눈이 왔다. 춥다... 별다른 표현이 의미가 없다. 춥다... 그냥... 무진장...
오늘 같은 날은 슈베르트 노래를 듣는 게 좋다.
눈 덮인 벌판을 방황하다 쓰러져 그대로 세상 하직해도 좋으리.
슈베르트의 이 연가곡은 <겨울나그네>라 되어 있지만 원제는 'Winterreise'로 <겨울여행>이 좀더 근접한 번역이다. 고독하고 처절한 느낌의 ‘겨울나그네’보다 밝고 긍정적이어서 더 좋다.
아닌 게 아니라 두툼한 방한복과 방한화로 중무장하고 눈 수북이 덮인 들판과 야산을 몇 달이고 쏘다니고 싶다.
황순원의 소설 <링반데룽>에,
눈 덮인 넓은 벌판을 똑바로 걸어간다. 본인은 똑바로 걸어간다고 하지만 실은 둥근 원형으로 걷는다고 한다. 결국은 걷고 걸어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고교 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엄청 무서웠다는.
그러면서도 한번 그런 경험에 빠져 보았으면 막연한 환상도 가져 보았었다.
그래봤자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우린 모두 크든 작든 원을 맴돌며 방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슈베르트 <겨울나그네>중, 넘쳐 흐르는 눈물
넘치는 눈물은 눈 위에 떨어진다
찬 눈은 주린 듯 내 뜨거운 탄식을 마신다.
새 싹이 움트고 봄바람이 불면
얼음은 녹고 흰 눈도 사라지리
눈아, 녹아서 어디로 가느냐
내 눈물과 함께 시냇물로 가라
거리로 흘러들어 내 눈물이 덮거든
그이의 집 가까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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