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독립적이어서 프라이버시가 완벽하지만, 방음도 그런대로 좋은 편이지만,
아무래도 악기를 연주하기엔 신경이 쓰이고 예민할 수밖에 없다.
산속 오두막에서야 심야까지 맘껏 불어대도 뉘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서 좋았다.
사람이 집단을 이루고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기본 패턴이고 본능이라 하지만 내겐 늘 성가시고 불편하다.
가을에 흩날리는 하얀 꽃잎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게 처연하고 고아하다. 봄에 날리는 꽃잎과는 또 다른 슬픔이 서린다.
여름과 가을 풍성하게 열매를 맺고 격정적으로 살았던 이 생물도 머지않아 그 처연한 생명을 다하게 된다.
어둔 밤 오카리나를 들고 딸기농장으로 간다. 보이지는 않지만 사방에서 꽃잎이 떨어지고 있음을 안다. 고요하다. 여기서는 오롯이 나 혼자다. 오카리나를 연주한다.
이젠 그마저도 못 하게 되었다. 날이 매섭게 추워져 손도 시리고 모자를 안 쓰면 귀도 얼얼해진다.
겨울이 가까이 오고 있다.
드라마 <내일은 칸타빌레>중에서, 리스트 : 사랑의 꿈
<내일도 칸타빌레>는 음악 드라마이다. 예전에 드라마 <황진이>를 보았다. 내용은 뭐 그저 그렇게 흘려 넘기고 나는 드라마 속 기방의 화려한 의상들을 보는 게 좋았다. 기방 뿐 아니라 드나드는 사대부집 고관들이나 여염집 민초들의 옷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눈이 호사했다.
이번 <내일도 칸타빌레>는 귀가 호사다. 드라마의 내용이나 재미보다는 시종 흐르는 음악들이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음악의 성찬이다.
박유진이 설내일에게 악보를 볼 줄 모른다고 호통을 치는 데 나는 음악가라고 해서 굳이 악보를 봐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악보대로 연주하면 다 똑같은 음악이 되지 않겠는가. 거기에 설내일은 악보대신 귀로 익힌다고 항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