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사를 잘 안 한다. 어렸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른들은 늘 인사를 잘 하면 완전한 인격체라는 식으로 말씀하곤 했다. 인사 잘 하면 어디 가서 뺨맞는 법은 없다, 하루 열 번을 보면 열 번을 꼭 인사하는 거야.
실제로 그런 아이들은 인사 잘 한다고 칭찬을 받곤 했다. 난 아니다.
안녕하세요 하고 고개만 숙이면 되는 걸 뭐 그리 어려운지.
그냥 쑥스럽고 낯설다. 사람 마주치는 게 불편했던 성격이 평생 변하지 않는다. 아마 내 귀에 들리진 않았지만 뉘집 아들놈은 인사를 잘 안하는 애라고 책잡히기도 했을 거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낯설고 쑥스럽기보다는 낯간지러운 느낌이었다. 마음에도 없는 인사는 영 내키지가 않는다. 기계적으로 꾸벅하는 모양새랑 무표정한 얼굴의 인사. 아침에 출근해서 세상에 싫어도 그렇게 싫은 사람이 없는 부장을 보면 반사적으로 하게 되는 인사. 내가 진심이 없는데 그런 인사를 받는 상대방의 기분은 더 지랄 같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늘 인사를 잘 하라고 강조를 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그렇지 못했다. 만나서 안녕하세요 하는 것만 인사가 아니다.
고마울 때 고맙습니다, 잘못했을 때 미안합니다 하는 게 더 좋은 인사다.
우리 어른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고 미안하다는 인사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나를 낮추는 게 왠지 민망하고 어색해서 그런 것 같다고 추측해 본다. 한국의 정서에는 알게 모르게 그런 관념들이 들어 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런 면에서 나는 인사는 잘 못하지만 인사는 잘 한다. 나를 위한 변명이자 자기합리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