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숲을 나와 바다를 건너자

설리숲 2015. 8. 16. 17:24

 

 차를 운전하고 달리다 보면 나비가 창유리로 달려들어 세게 부딪고는 공중분해 된다. 유리에 미세하게 남긴 날갯가루가 그가 세상에 왔었다는 유일한 흔적이다.

 실은 나비가 달려든 게 아니다. 그는 단지 날고 있었다. 내가 달려가 그를 해한 것이다. 어디 나비뿐이랴. 로드킬 문제는 우리 인간들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깊게 생각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사람들에게 사죄를 해야 하듯...

 사람과 다른 뭇 생명들의 모든 안전을 위해서 되도록이면 차를 천천히 몰아야겠다.

 

 

거꾸로여덟팔나비

 

검은테떠들썩팔랑나비

 

굴뚝나비

 

네발나비

 

두줄나비

 

맥검은흰나비

 

모시나비

 

배추흰나

 

부처나비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

 

산제비나비

 

세줄나비

 

수풀알락팔랑나비

 

암먹부전나비

 

청띠신선나비

 

 

큰멋쟁이나비

 

표범나비

 

 

나는 나비가 되고 싶다

 

 

 

 

                                    Nicole : Butterfly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알려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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