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구인사 유감

설리숲 2011. 6. 18. 23:20

 

 소백산 구인사.

 천태종 본산.

 그 규모가 엄청 크다는 것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주는 건 장중함이 아니라 한낱 위압감이요 위화감 이상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돈지랄??

 

 가난 무욕 해탈의 부처를 모신다고 하는 사람들의 그것이

 왜 이처럼 호화롭고 사치스러운지.

 구도를 하는 사람들의 도량인지 의문스럽다.

 

 도량이기보단 그저 관광지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그들은 이게 얼마나 자라스러운지 몰라도 보는 나는 내내 불편하고 불쾌했다.

 

 마침 점심공양시간이라 신도와 내방객들이 공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엄청 욕을 해댔기 때문에 그들이 주는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대신 이들을 뒤로 하고 나와서는 육개장을 먹었다.

 일부러 고기를 많이 넣어 달라고 굳이 필요 없는 말을 곁들여서...

 구인사 사람들이 혹 듣기를 바라면서...

 

 그렇지만 부처님께는 용서를 빌면서...

 나무대세지보살...

 

 

 

 

 

 

 

 

 

 이곳은 조사전 앞으로 맨 꼭대기, 거의 산 정상에 가까운 곳인데 이토록 넓은 광장이 있다.

 여기까지 엘리베이터가 올라온다. 7층이다. 산 계곡을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다니 호화사치의 극치다.

 

 이젠 탁발을 하지 않는다.

 탁발은 인욕과 고행의 수행법이다.

 말하자면 구걸이다. 굴욕을 인내하면서 어렵게 얻은 보시를 감사하며

 중생과 우바이 우바새에게 낮은 자세로 굽히는 것이다.

 

 허나 이젠 대중들이 스스로 갖다 바쳐야만 한다.

 그 위에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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