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역은 간이역은 아니다. 많은 횟수는 아니라도 하루 종일 기차가 드나든다.
막연히 동해바다 어디쯤이라고만 생각하고 내린 송정역.
지도를 보니 부산이다. 아하, 그 유명한 송정해수욕장이다.
늦은 밤인데도 해변은 휘황찬란하다. 이미 피서철은 끝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이렇게 야경이 호화로울 정도면 한여름에는 엄청나게 시끌벅적했을 것이다.
송정역에서 민박촌이 있는 뒷골목을 지나면 바로 해변이다.
해변가에는 번듯한 거물들이 늘어서 있다.
민박촌 골목과는 극과 극이다.
고급 모텔과 펜션, 카페 음식점등 휴양객들의 돈을 끄집어내는 시설들이 대부분이다.
숙박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모텔은 많으나 죄다 고급 러브호텔이다.
이런 델 혼자 들어가기란 영 부자연스럽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보통은 6~7만원이지만 피서철도 아니고 더구나 주말도 아닌 평일이라 4만원을 받는다.
그런대로 괜찮다.
아침 해변엔 청소관리하는 사람들이 서넛 부지런히 움직이고,
저 멀리 연인 한 쌍이 산책을 한다.
저것들도 러브모텔에서 잤겠구나.
그런 생각 중인데 강아지 녀석들도 궁둥이를 붙이고서서 재미를 보고 있다.
개들은 왜 아침에 그 짓을 할까.
생각해 보면 내가 본 개들의 교미는 다 아침이었던 것 같다.
이것도 과학적으로 연구해 봄직하다는 뜬금없는 생각.
철지난 바닷가는 아무려나 쓸쓸하기 마련이다.
송정역은 1934년 12월 16일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여 1941년 6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되었다.1976년 7월 차급화물업무를 중지하였다. 여객승강장이 1개소이며 여객열차가 하루 22회 통과하고 이중 12회는 송정역에 정차하며, 화물차는 17회 정차한다. 송정역은 해운대역과 기장역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여름철에는 피서객이 몰리는 곳이며 최근에는 각종 영화촬영장소로 많이 이용되기도 한다. 1940년 12워 건립된 송정역사는 목조단층 기와지붕 형태의 건물로 경북 안동시 운산역, 경북 의성군 단촌역과 유사한 형태이며 1940년대의 전형적인 역사 건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송정역은 꽤나 정갈하고 세련돼 보인다,
건물은 해방 전의 그 건물이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산뜻하다.
간이역의 쓸쓸한 풍경만을 보아온 내 눈에 그것은 더욱더 고색창연해 보이는 것이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이 건물이 오래도록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부산은 별로 정이 가지 않는다.
모처럼 부산까지 와서 둘러보고 가도 좋으련만
이쯤에서 송정역만 보고 그냥 돌아선다.
이쪽 동네엔 언제나 다시 오게 될지 기약이 감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