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초록의 茶園에서

봄 한 철이 또 지나갔다

설리숲 2014. 7. 5. 00:11

 

 지성인 혹은 현인들이 죽음을 논하고 그것에서 인간을 위로하고 계도하지만,

 문학 미술 음악을 한다는 예술인들이 죽음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그럴싸한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지만, 죽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 망자들로부터 소재를 얻은 알량한 감성 이상은 아니다. 

 죽지 않은 자들이 그들을 슬퍼해 주고 눈물 흘리는 것은 그저 사치에 불과한 것 아닐까.

 

 세월호의 비극을 안고 고운동에 들었다.

 봄 내내 삶에 대하여 가장 절박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이것도 빌어먹을 사치인 줄 알지만...

 

그저 숨쉬고 살아 있다는 것,

배고프면 또 꾸역꾸역 찾아 입에 넣는 이 단순한 생태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아웅다웅거리는 게 다 부질없어 보인다.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가. 떠나간 이들이여, 정말 미안합니다.

 

 

 

 

 

 

 

 

 

 

 

 

솥에 불을 붙인다. 파란 불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퍼질 때 웬일인지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열흘 정도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났다.

 봄철 내내 종잡을 수 없는 날씨들. 때론 도움이 되고 때로는 해가 되는 이상한 날씨들.

 

  경험에 의한 지혜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허설 : 바람 한 줄기

    

 

    문 밖에 누군가 와

    서성이는 소리 있어

 

    행여 그 사람인가 내 님인가

    문 열어 보았지만

 

    아무도

    아무도 없고

 

    단지 바람 소리만,

    단지 바람 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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