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호숫가 마을은 더더욱 매섭다.
능내리.
유원지라고 하기엔 너무도 적요하다. 엄연히 시골인데 또 시골 같지도 않다. 팔당호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이다. 가족은 말고 연인이 놀다 가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런 찻집들, 고급한 음식점들.
그리고 다산이 있다. 어쩐지 다산 유적지와 주위 풍광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북한강과 팔당호수 한겨울 시린 기온만큼이나 물빛도 차고 시리다. 짙은 코발트다.
이곳은 중앙선 철도가 지나간다. 능내역은 이미 폐쇄되었다. 대신 서울 용산에서 떠나는 전철이 들어왔다. 양평까지 연장된 중앙선 전철이 올 연말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이제껏 자가용족이 주로 찾던 이곳 능내리에 더 인파가 많아지겠다. 그 전에도 뭐 버스가 수시로 다녀 교통이 불편한 건 아니나 역시 전철의 위력은 엄청 클 것이다. 글쎄다 그렇게 되면 교통이 분산돼서 주말 저녁이면 상습적으로 막히던 도로가 좀 숨통이 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건 고적한 낭만을 안고 서 있던 구 능내역은 이제 사라졌다. 모든 문명은 과거를 딛고 세워진다. 나쁘게 얘기하면 과거를 파괴해야 새로운 문명이 들어선다. 파괴는 곳곳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주 빠르게.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지금은 눈이 시리도록 파랗지만 머지않아 호수는 검은 회색빛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기 전에 이곳을 다녀가게 된 것이 참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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