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밀의 숲 - 테라비시아>에 나오는 레슬리란 캐릭터를 좋아한다.
소녀이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매사에 자신감이 넘쳐 있다.
친구 제시의 남녀차별적인 발언에도 불쾌해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제압한다.
제시 : 네 글에 쓴 건 실제로 본 건 아니지?
레슬리 : 그럼 네가 그린 그림은 실제로 본 것들이니?
제시 : 넌 아빠가 작가라서 얘기를 잘 지어내는구나.
레슬리 : 넌 철물을 잘 아니?
제시 : 아니.
레슬리 : 네 아빠는 철물점 하잖아.
제시 : 넌 뭐든지 뚝딱 잘 하는구나. 여자치곤 잘해.
레슬리 : 넌 남자치곤 그림을 잘 그리구.
일련의 대화에서 속 시원한,
정말 통쾌한 페미니스트를 발견하는 것이다.
진짜 페미니스트라면 돼먹지 못한 마초들의 유희에 불쾌감을 표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기존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것이 있다.
왜 음악시간은 동서양이 죄다 피아노인가.
무수히 많은 악기가 있는데 학교에서는 천편일률 피아노로 음악수업을 하고 있다.
<비밀의 숲>에서는 이 고정관념을 깨고 기타로 수업을 한다. 자유롭고 신선한 광경이다. 신나고 흥겨운 분위기가 화면을 덮는다.
“가슴은 항상 열어 놓고 있다. 그래야 세상의 많은 것들이 편견 없이 들어오거든”
기타가 상징하는 음악교사의 지유분방한 생활철학이 이 영화의 기본적인 모토가 된다.
소나기를 맞으며 숲에서 돌아오는 장면.
이 이별장면이 그녀 레슬리의 마지막 장면이다.
그리고 충격적인 죽음을 맞는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와 흡사한 모티프다.
환타지가 아닌 성장영화로 보아야겠다.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