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그녀의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설리숲 2007. 4. 24. 10:02

 

  

 고3 때였나.

 여름방학을 앞두고 무전여행을 계획했었다. 정말 생뚱한 계획이었는데, 보고 듣는 건 있어서 가끔 그런 무전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접했었다. 생래 역마살이 있던 터라 늘 어디 먼곳으로 눈과 머리를 향하고 있었으니...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내 가슴을 들뜨게 하곤 했었다.

 자전거여행을 할 생각이었다.

 

 그치만 계획뿐이었지 실행은 못했다.

 엄마가 당최 허락을 안했다. 말이 무전여행이지 과연 돈 없이 돌아다닐 수 있냐는 거였다. 내 어린 소견머리로는 시골농가에서는 그래도 하룻밤 재워줄 것으로 믿었다. 나중에 생각하면 진짜 어린 소견머리였다. 아무리 시골이 인심이 후하다고 해도 어찌 가당한 일이던가.

 허락은 못 받았지만 내심으론 무작정 집을 떠나고 싶었는데 문제는 돈이었다. 경비는 없어도 되지만 당장 떠날 자전거가 없으니.

 소년의 생뚱한 계획은 그렇게 싱겁게 주저앉았다.

 하기사 떠났더라도 바로 그 다음 날 퀭한 눈으로 돌아왔을 테지만.

 

 그 후로도 무전은 아니어도 자전거여행은 늘상 생각은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제껏 단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지금은?

 이젠 그것도 내키지 않는다. 나이 탓일 게다. 아주 여러 날을 자전거 위에서 보낼 생각을 하면 어이쿠 엄두가 나질 않는 것이다.

 

      

 

 지난 가을 기회가 있어서 자전거로 제주도 반 바퀴를 돌았다. 겨우 이틀간의 자전거여행. 미미하지만 그것만이라도 경험을 했으니 그게 어디야.

 

 남빛 바다 이국적인 풍취.

 올 가을이 끝날 즈음 한번 더 가볼까.

 아님 시베리아열차를 타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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