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태종사 수국

설리숲 2025. 8. 4. 20:05

 

 

 

무척 더운 날이지만 태종사로 가는 길은 상쾌합니다.

태종산의 여름은 부옇게 해무가 서린 날이 많지만 이날 아침은 울창한 가로수 터널 안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아주 청명한 날입니다.

 

유명한 태종사의 수국을 보러 가는 길입니다.

안개 속 몽환적인 수국도 제법 괜찮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쨌든 아주 맑고 쾌청한 아침입니다.

 

 

 

 

 

 

 

태종사의 수국은 유명세만큼 볼만하지는 않았습니다.

제주 혼인지나 태안 팜카밀레의 규모 큰 수국정원을 본 눈에 태종사의 수국은 많이 빈약했습니다. 오르막에서 내려다보면 한눈에 다 보일 정도로 규모가 작았습니다.

 

그래도 한창 절정으로 핀 상태라 햇살 가득 받는 꽃송이들의 자태는 밝고 화사하고 청초한 매력의 극상입니다.

규모는 작아도 온갖 다채로운 색깔이 다 뒤섞여 있어 파란 꽃송이 일색의 혼인지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꽃송이마다 색이 다른 건 토양의 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국의 꽃말은 냉정, 변덕, 재회, 신비, 감사, 진심 어린 사랑, 고백, 거짓사랑 등 색깔만큼이나 많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오직 사람만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죠.

온갖 꽃마다 제 기분에 맞게 꽃말을 지어 붙인다는 것이 별 의미도 없는 할 일 없는 짓으로도 생각되지만,

그런 감성들이 있어 문학이 되고, 음악이 되고, 미술이 되어 우리의 삶이 풍요로운 것 또한 팩트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여서 나는 무척 다행입니다.

만약에 내세가 있다면 그때도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찍 부지런을 떤 덕에 한가함을 누렸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되니 사람들이 몰려와 한산함이 사라져 버립니다.

관광객을 다 품기엔 태종사 정원이 좀 협소합니다.

 

 

 

 

 

태종사의 저 꽃송이들도 이미 다 시커멓고 볼품없이 스러지고 지금쯤은 흔적도 없어졌을 테죠.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다 그렇듯이 아름다움과 눈부심은 정말 찰나 같은 순간이고 그후엔 너나없이 다 곱지 않게 변한다는 것에 짙은 슬픔을 느낍니다.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 중 , 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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