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마곡 추갑사라고 하던데...
내 사견으론 춘동학 추갑사가 더 적당할 것 같다.
동학사 일대의 벚꽃 흐드러진 정취가 봄의 절정이다.
동학사에서 나와 왼쪽 산길로 들어서면 삼불봉을 넘어 갑사로 넘어가는 루트다.
그 길을 오른다. 상원암의 남매탑을 보고 올 요량이었다.
상원암으로 가는 길은 내내 가파른 오르막이다. 시종 돌과 돌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아래는 이미 봄도 무르익어 벚꽃이 하롱하롱 지기 시작했는데 이곳은 여전히 냉한 겨울 풍경이다.
지천으로 널려 있는 현호색만 아니라면 짜장 겨울이다.
그 풍경 속에서 현호색의 파란빛이 더욱 새뜻했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긴 오르막길.
숨이 차고 옷이 후줄근히 젖는다. 남매탑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기운 뺄 일은 아니다. 가성비가 약하다.
이윽고 먼발치로 탑신 두 개가 보였다.
이상보의 유명한 기행수필 <갑사로 가는 길>이 이 남매탑 이야기다.
지금은 상원암이 있다.
남매탑의 원 이름은 청량사지오층석탑과 청량사지칠층석탑이다.
상원대사가 수도하던 절이 청량사였고 남매탑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나중에 청량사의 중들이 내려가 이룬 도량이 현재의 동학사라고 하니 동학사의 모태는 지금은 없는 청량사인 셈이다.
남매탑을 떠나 다시 계곡으로 내려오니 천지 기온이 높아 온몸이 후텁지근했다.
이곳 동학사 일대는 전국에서 손꼽는 벚꽃 명소로 평일인데도 엄청나게 인파가 몰려들었다.
한번 들어온 자동차가 주차할 곳이 없어 다시 되돌려 나가는데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였다.
축제기간이라고 온 골짜기가 떠들썩하게 쿵짝거렸다.
그해 가을에는 아직 어린 나무였는데 이렇게 거목으로 흰꽃을 달고 계곡을 뒤덮었다.
그 사이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아무려나 명성대로 벚꽃은 가장 절정으로 가장 아르답게 빛나고 있었다.
참 이 아름다운 날들!
이 날들이 내일이건 모레건 순식간에 끝나고 말 것을 생각하면 시간의 덧없음, 삶의 회의가 느껴진다.
해마다 겪곤 비창인데도 가슴 빈 곳 휑하니 찬바람 드는 공허를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늘 외로운 것이다.
구노 : 로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