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고루는 고구려 사적지다.
‘호로’라는 이름서껀 역사적 의미와 가치는 차치하고 오로지 유명한 해바라기를 보러 갔었다.
보통 염천 8월이 제철인 해바라기인데 호로고루는 국내에서 가장 늦게 피는 곳이다.
매년 9월이면 노란 해바라기 질펀한 명소로 유명해서 올해는 우정 이제나저제나 때를 기다려 갔더랬는데.
이게 뭐니.
해바라기 밭은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 대가집 화단 같은 수준으로 유명세가 민망했고,
해바라기가 피긴 했지만 어설프고 빈약하고.
게다가 심은 종자는 키도 작아 겨우 사람 무릎에 닿는, 우리가 아는 그 해바라기와는 근본이 달랐다.
“해바라기가 참 성의가 없네”
동행인과 이런 농담을 하면서 실망감을 나눴다.
그래도 명색 ‘해바라기축제’라고 관광객들은 많이 밀려들고 있었다. 다들 실망한 표정들이다.
목적은 해바라기였지만 정작 아름다웠던 건 석양이었다.
마침 오후 늦게 갔던 터라 저녁 어스름이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들 성에 올라 일몰을 기다렸다.
임진강 위로 어둠이 내리면서 시나브로 색조가 변해 갔다.
고루 아래 평원에도 카메라든 언니오빠들이 석양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기실 해바라기 명소가 아닌 일몰 명소였다.
해변의 여인 ?
아니고 강변의 여인.
어쨌든 여인은 모두 아름답지만 석양을 받는 여인은 더욱 아름답다.
해변이든 강변이든.
그리고,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쇼가 시작되었다.
태양이 저편으로 떨어지고 나면
가보지는 못하고 사진에서만 본 북유럽의 오로라 같은 그림을 연출한다.
이윽고
저녁별과 함께 이내 어두워졌다.
호로고루의 해바라기와 함께 여름이 완전히 끝났다.
그리도 모질었던 계절이더니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네.
모든 삼라만상이 다 이와 같아 현재의 고통은 순식간에 지나 가리니.
모든 것의 본질은 찰나라고.
아바 : Our Last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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