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 주말 사진 여행을 떠나는 걸 아는 동료가 울산엘 가라고 한다.
물론 울산도 여러 번 갔었지.
어렸을 때의 선입견이 평생을 지배한다.
현대가 세운 공업도시 울산. 예전엔 현대시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 이미지 때문에 울산은 내내 공장굴뚝으로 가득한 삭막한 도시로 각인되어 있다.
태화강 십리대숲이 좋아 몇 번 가보고 장기도보 때 동해안 방어진과 대왕암 일대를 걸었던 기억.
여전히 동구 일대는 정주영의 도시다.
울산을 가라고 추천해준 동료는 남편이 평생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해서 오래도록 그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자신의 고향처럼 애착심이 대단하다.
지난 봄 동백꽃을 보러 학성공원에 갔다 왔다 했더니
이번에 그가 추천해준 곳이 울기공원이다.
울기공원?
지금은 대왕암공원으로 알려진 곳이다. 단연 울산 관광의 대표 명소다.
방어진에서 대왕암으로 가는 해파랑길은 최고다.
연일 비가 내렸다. 하늘도 음울하고 바다도 음울하다.
대왕암공원으로 들어가는 산책길의 풍광이 빼어나다. 비 내리고 안개 자욱한 모습이 사뭇 몽환적이다.
예전 장기도보 때의 기억은 전혀 없고 낯선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음울하면 음울한대로 바다는 언제나 그곳에서 철썩이고 쉴 새없이 바람을 몰아온다.
민초들의 삶의 의지도 여전히 생생하게 펄떡인다.
가슴이 탁 트인다.
등대만 보면 두근거리는 가슴.
산골아이인 나는 어쩌면 바다에서 났다면
등대를 좇는 어부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산에 들어도 말은 똥이요,
바다 앞에 서도 말은 똥이다.
말이 똥인 이런 고독의 여정이 참 좋다.
구애 받지 않고 아무 때 아무 곳으로 떠나는 이 고독이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최백호 : 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