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반디와루니스 종로점을 폐점한다는 문자를 받고 서운했었다. 서점이 없어져서가 아니다. 책이야 읽을 마음만 있으면 도서관에 가면 책 천지다.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동네서점으로 가면 된다. 설령 대형서점을 가고 싶대도 교보문고를 갔지 반디와루니스엔 가지 않는다.
그런 내가 반디와루니스 회원이 됐고 종로점 폐점에 아쉬워한 건 서점 내 커피점 때문이었다. 그 집 커피가 제법 좋아 서울엘 가게 되면 반드시 들러 한 잔씩 마시곤 했다. 반디와루니스 회원은 할인이 되기에 서점회원이 되었다.
반디와루니스 종로점이 폐업한 건 건물주가 다른 업종으로 바꾸고 싶어해서란다. 내 좋아하는 커피점이 없어져서 서운했지만 혹 서점은 떠났어도 커피는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한번 가봐야지 차일피일하다가 이번 가을에야 그곳엘 들렀다.
들렀더니 떡하니 종로서적이란 이름으로 서점이 있다. 예전 부도로 문을 닫았던 종로서적이라니! 반가움보단 의아스러웠다. 다른 업종으로 바꾼다는 명분으로 반디와루니스를 보낸다더니 그 자리에 다시 서점?
예상했던 대로 역시 나의 커피점은 없다. 종로서적은 규모가 무척 작다. 동네서점 수준이다. 대신 커피와 빵, 퓨전음식점들이 입주해 있다. 서점은 단지 분위기와 구색을 갖추기 위해 한 귀퉁이에 마련해 준 모양새다. 그 가까운 곳에 큰 교보문고가 있으니 책을 사러 굳이 종로서점으로 가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음식을 먹으러 갔다가 간 김에 책을 들춰보는 심심풀이용 책방의 인상이다.
옛 종로서점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는데 상호를 그리 지어 단 건 일종의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다. 옛 추억의 감성을 자극해 보려는 얄팍한 상술이라고 폄하하련다.
그건 아무래도 관심없다. 내게 중요한 건 커피란 말이다.
내 커피를 돌려주세요오오~~
스팅 : Shape Of My Heart
정지훈이 부른 <태양을 피하는 방법>은 이 노래를 표정했음이 역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