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그들도 파리지앵이다, 목로주점

설리숲 2016. 12. 26. 20:22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은 도시 하층민의 비참한 삶과 그 풍경을 그린 소설이다. 우리에게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이 있었거니와 그 비참함이야 다들 들어서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농촌의 보릿고개보다 더욱 비참한 게 도시의 빈민들이었다. 시골이야 그래도 산내들에 나가면 초근목피라도 먹었고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든 날아가는 참새라도 잡아먹으니 비록 곯아 누렇게 부황은 들었어도 굶어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시 빈민들은 남의 집이나 가게에서 훔쳐 먹지 않는 한 먹을 것이 없다. 그러니 쓰레기더미를 뒤지거나 비럭질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파리지앵은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다. 고상하고 예술적 자유를 누리는 그들의 품격은 우리의 갈망을 자극한다. 소설 <목로주점>도 파리의 이야기고 파리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우리가 선망하던 품격 높은 파리지앵이 아니다. 저열한 노동자들, 하루 살아내기가 벅찬 여자 세탁부들, 장의사, 비렁뱅이, 술주정꾼, 협잡꾼, 게다가 불륜이라는 인식마저도 둔감한 난교 등 어두운 뒷골목 하층민들의 고단하고 비참한 일상을 작가의 감정이입 없이 시종 담담하고 시니컬하게 관조하듯 쓴 글이다.

 이 소설이 출판된 후 에밀 졸라는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어둡고 추한 면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내 예술과 낭만의 도시라는 파리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비난이었다.

 작가의 본질은 진실 찾기. 예쁘게 포장하여 사람들을 우민화하는 게 작가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가장 사실적으로 진실을 파헤쳐 화려한 도시의 반대쪽 세계에 사람들의 눈을 돌리게 했다. 에밀 졸라는 프랑스문학계에서 사실주의의 기수로 평가받고 있다.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 군상들이 몰락하면서 결국 비참하게 파멸해가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 제르베즈가 굶주림에 지쳐 최후의 방법으로 몸을 팔러 밤거리를 헤매는 장면이다. 그녀도 한때는 마을사람들의 우상으로 군림하며 떵떵거렸으나 무절제한 욕망의 결과로 그렇게 비루해져 버렸다. 나이도 많은데다가 뚱뚱해졌고 게다가 다리는 더욱더 절름거리는 이 여자를 어느 사내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다.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서려 할 때 눈에 띈 사내 하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사내를 부르는 순간 그가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구애를 하던 남자임을 본다. 차라리 굶어죽는 것만 못한 그 굴욕감에도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고 그의 집으로 따라간 것은 자존심보다도 더 절박한, 너무도 인간적인 배고픔 때문이었다.

 

 그래! 이 소설은 너무도 비참하고 슬프지만 너무도 인간적인 작품이다.

 겨울은 더욱더 고독하고 처절한 계절이다.

 

 

 어릴 때 이런 유의 말장난들을 했었다.

 일본에서 가장 방귀를 잘 뀌는 여자는? 아까끼고 또껴상

 일본에서 가장 고기를 잘 잡는 사람은? 후꾸다 (당시 일본 총리)

 세상에서 가장 철없는 사람은?

 에밀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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