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설리숲 2013. 7. 23. 01:43

 

행보석

여염집의 혼례나 궁중의 각종 행사에 깔아 밟고 지나가게 해 놓은 천을 행보석이라 한다. 요즘에 연예인들 호사스런 맨드리로 행사에 임하기 전에 걸어가는 이것을 레드카펫이라 통용하고 있는데 이건 외래어도 아니고 그냥 외국어다. 과연 기자나 리포터 중에 행보석이란 우리말을 아는 자가 몇이나 될까. 붉은색이 아니라 파란 색이면 블루카펫이라 할건가. 또는 화이트카펫 옐로우카펫? 세월 가면 아예 '레드카펫'이 완전 우리말로 굳어질 수도 있겠다. 

  

 

여리꾼

 

 요즘은 호객꾼으로 통용되지만 순우리말은 여리꾼이다. 여각 등 숙박업소에서 손님들을 불러들이는 사람이다. 호객꾼도 써서는 안될 말은 아니지만 사멸해 가는 우리말을 살리기 위해 머리에 저장해 두어야 할 낱말이다.

 

 

 

꼴뚜기질

 

 이것도 아마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기자들 중에 아는 자 없을 것이다. 부정적인 이 단어를 써야 할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세상 일이 어디 그런가. 인터넷 기사를 보면 누가 '가운뎃손가락을 펴는 행동을 했다'는 표현을 심심하지 않게 보곤 하는데 이 낱말을 모르니 그리 어렵게 쓰고 있다.

 

 

 

 가끔 60년대 이전의 영화를 보면 말투나 억양이 지금의 북한이랑 똑같은 걸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남이나 북이나 다 똑같은 언어를 썼건만 세월이 여류하면서 참말로 남북간에 가장 먼저 언어의 이질감을 절감한다. 굳이 잘못이라 하지는 못하지만 그간 남쪽의 언어가 참으로 많이 변형되고 왜곡된 것을 깨닫는다.

 나 어릴 적에 이밥이나 깨보숭이란 말을 쓰며 자랐다. 지금은 이밥이란 말이 사라지고 다들 쌀밥이라 한다. 깨보숭이는 들깨 참깨를 찧어 가루로 만든 것(요즘엔 뭐라 하더라?). 여전히 북한에서는살아 있는 생활언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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