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청소년예술단의 연말공연이 있었다.
합창단원 중에 돋보이게 예쁜 소녀가 하나 있었다. 시선을 받은 건 예쁜 외모가 아니라 그 부자유한 몸짓 때문이었다. 그녀는 장애인이었다. 무대로 걸어 나올 때부터 눈에 띄는 걸음걸이로 마음을 애틋하게 했다.
합창이란 게 가만히 서서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안무가 있어서 필요에 따라 손뼉을 치기도 하고 발을 구르기도 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대오를 만들기도 하고 가벼운 춤을 추기도 한다. 그 때마다 소녀의 몸짓과 표정이 너무도 슬프고 힘들어 보였다. 안무를 할 때는 온통 그것에만 신경을 쓰느라 노래를 안 부르는 것 같았다. 나는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감독은 어찌 가여운 소녀의 약점을 배려하지 않고 안무를 만들었나. 필요도 없는 원망도 던져 보았다. 그러나 소녀는 내내 애써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것이 더 아렸다.
시종 눈물이 쏟아져 그네들의 노래는 귀담아 듣질 못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고 나는 하염없이 박수를 쳤다. 소녀의 슬픔이 내 안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을 퍼올렸다.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어디 불편한 곳 하나 없는 몸뚱이를 가진 나는 얼마나.
때로 분명치 않은 상대에게 불평을 하고 불만을 퍼붓곤 한다. 그 따위 행태들이 다 부질없는 것이다. 소녀에 비하면 나는 그냥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축복 받은 몸이다. 불만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소녀를 보면서 조선작의 소설 <영자의 전성시대>를 생각했다. 전혀 다른 세계의 전혀 다른 인물이라 뜬금없는 떠올림이었지만 외팔이 영자가 장애인의 몸으로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과 합창단 소녀의 환한 미소가 오버랩되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고운 소녀야
그 밤에 나는 정말 미안해서 울었고 너의 환한 웃음이 애련해서 울었다.
당신 부디 주눅 들지 말고 그 예쁜 얼굴 영원토록 간수하며 아름다운 세상 가꾸며 살아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