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옛날의 무슨 전설이나 일화가 아니라 요 근년에 비구니스님들이 모여 공부하는 암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숲속에 파묻힌 돌담 주춧돌도, 천년 고탑도 비스듬한 그 암자의 마당에 들어서면 물소리가 밟히고 먹뻐꾹 울음소리가 옷자락에 배어드는 심산의 암자이지요. 그 암자의 마당 끝 계류가에는 생남불공(生男佛供) 왔던 아낙네들이 코를 뜯어먹어 콧잔등이 반만큼 떨어져나간, 그래서 웃을 때는 우는 것 같고 정작 울 때는 웃는 것 같은 석불도 있지요.
어떻게 보면 암자가 없었으면 좋을 뻔했던 그 두루적막 속에서 이십 년을 살았다는 노비구니스님이 그해 늦가을 그 석불 곁에 서서 물에 떠내려가는 자기의 그림자를 붙잡고 있을때, 다람쥐 두 마리가 도토리를 물고 돌무덤 속으로 뻔질나게 들락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지요.
“옳거니! 돌무데기 속에는 도토리가 많겠구나. 묵을 해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먹어야지. 나무아미타불.”
이렇게 중얼거린 노비구니스님이 돌무덤을 허물어뜨리고 보니 과연 그 속에서는 도토리가 한 가마는 좋이 나왔지요.
그런데 그 한 가마나 되는 도토리를 몽땅 꺼내어 묵을 해 먹었던 다음날 아침에 보니 그놈의 다람쥐 두 마리가 노비구니스님의 흰 고무신을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뜯어먹다가 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