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들판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 햇살에 애애했다.
풍경이 좋아 차를 세우고 논 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바스락바스락 발밑에서 너테 부서지는 소리.
어릴 적 창애에 걸린 새를 보려고 디뎌 나가던 이른 아침의 논두렁에서도 수없이 너테가 내 작은 발바닥에 부서지곤 했다.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순창으로 가는 24번 국도는 질펀한 들 가운데를 가로지른다.
난데없는 헬리콥터가 아주 저공으로 날고 있었다. 논두렁의 검부러기가 어지러이 부유해 날아오르며 사방은 삽시간에 혼돈의 세계였다. 놀란 까마귀가 비명을 지르며 내빼고 이파리 하나 없는 벚나무들이 아우성이다. 국도 위에 잠시 멈춰 섰다가 곧 헬리콥터를 따라 질주한다. 판타지액션영화 같다.
이 아침 모든 정경은 영화 속 장면이다. 죽인다.
금산사로 가는 길이다.
너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