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여름이 끝나갈 무렵부터 우기가 오고 있다. 여름철의 장마라는 용어가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연 나흘을 비가 내렸다. 숲에도 아주 많이 내렸다. 곳곳에 없던 물길이 생겨 숲의 생명들을 죄다 쓸어갈 것처럼 흘러 내렸다.
유혈목이 한 마리가 물속에 있기에 의아했다. 물뱀이 아닌 이상 물속에 머무르는 녀석이 아니다. 가만히 보니 돌틈에 몸이 끼여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아마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 오다가 저리 된 것 같았다. 몸은 꼼짝도 못하고 대가리만 겨우 움직인다.
두충나무를 잘라 지렛대를 만들어 단단하게 박힌 돌덩이를 치워 주었다. 그랬는데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물속에 있다.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는지 기진맥진 움직일 힘이 없어 보였다. 급기야 센 물살에 다시 떠내려 간다. 다른 돌무덤에 걸린다. 몹시 힘들어 보인다. 움직여 물밖으로 나오려고 하나 몸이 굳었는지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
가만히 지켜본다. 정 안 되면 내가 건져줄 요량이었다. 한참을 겨우 대가리만 움직거리더니 힘겹게 몸도 가누려 한다. 어렵게나마 몸통이 움직이는 것 같다. 어렵게 돌 위로 몸을 반쯤 끌어올린다. 기력을 회복하면 풀숲으로 되돌아갈 것 같긴 한데 먹지 못해 탈진해 죽을지도 모른다. 먹이를 잡아 먹어야 되는데 그 능력이 될지 모르겠다.
날이 어두워져서 그대로 둔 채 돌아왔다. 어차피 내가 그 녀석한테 할 수 있는 건 더이상 없다. 제 운명대로 되겠지. 다행히 운명이 다하지 않아 더 생명을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