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그런 것 같다.
나는 늘 소망한다.
그림을 잘 그렸으면 좋겠고,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따위 악기를 잘 연주했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노래방에서 반주에 맞춰 멋들어지게 노래할 만큼의 가창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님 사진을 잘 찍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무리하더라도 비싸고 좋은 카메라를 사고 말테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랐다면 혹 일류는 아니더라도 밥 벌어먹는 정도의 음악가가 되지 않았을까. 프랑스에서 났더라면 몽마르트 언덕에서 관광객 그려 주면서 제법 낭만적인 환쟁이가 되진 않았을까. 이런저런 의미도 없는 가정을 해보곤 한다.
가끔은 집시를 생각하기도 한다. 거처도 없이 유랑하는 그들이 내겐 아주 자유롭고 낭만적인 족속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들은 악기, 특히 바이올린을 좋아하고 잘 다룬다. 집시 음악을 듣노라면 가슴이 막막해지고 두근거리고 설레는 것이다. 내가 만약 집시족으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근사하게 살았을까. 새벽별이 뜨면서부터 땅거미가 내릴 때까지 종일토록 바이올린을 켜고 지내지 않았을까. 몸은 비록 고돼도 자유와 고독 낭만 사랑 음악 별 야생을 즐기면서 신나게 일생을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집시족은 아기가 태어나면 요람에다 얼른 금화를 넣어준다고 한다. 부자가 되라는 바람이다. 부자가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래서 넣어 주는 게 바이올린이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바이올린을 잘 연주한다고 한다. 가난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많다고 한다.
흠. 좋군. 근사하군.
난 아무래도 그 족속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아.
집시이고 싶다.
바람이고 싶다.
나를 불러낸 것은 바람이었으나
이젠 정작 내가 바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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