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아기 뱀의 모험

설리숲 2009. 11. 25. 23:30

 

 

 

 

 임도를 걷다가 만난 뱀 한 마리.

 놀라지도 않았고 징그럽지도 않다.

 아기 뱀이다.

 잠시 뱀을 비롯한 숲속의 동물들에 대한 단상이 일었다.

 

 전국의 수많은 산에 저런 임도가 있다. 여러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다. 숲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그렇건만 오히려 그것이 그곳의 동물들에게는 몹시 성가신, 아니 생명마저도 위태로운 재앙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입장에선 아무 것도 아니지만 저 길을 건너가려는 동물들에게는 엄청난 모험심이 필요하다. 개중에 일부 용기가 강한 녀석들이 그나마 간신히 넘나든다. 그것도 극도의 불안감을 안고서.

 동물들의 생태가 자유롭지 못하면 결과야 뻔하다. 개체수가 줄고 그저 도태되는 것이다. 어느 학자의 견해에 의하면 60년대에도 보이던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이 멸종된 건 산마다 뚫어 놓은 찻길이 원인이라고 한다. 동물들에게 그것은 길이 아니라 높고 육중한 장벽이다. 결국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짝짓기를 해야 할 그들은 제한된 구역에서 제한된 짝짓기를 하는데, 구역의 배우자란 결국은 혈족이다. 근친상간으로 낳은 자손은 열성인자가 되어 서서히 생식기능이 약해져 수가 하나씩 줄어든다는 것이다.

 

 국도나 시골길을 운전하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번 피투성이 되어 널부러진 동물들의 시체를 보게 된다. 목숨을 담보하고 용기를 내어 길을 건너려던 동물들이 그렇게 최후를 맞는 것이다.

 

 임도에서 만난 저 새끼 뱀도 도보로 걷던 나를 만나서 다행이었지 차를 타고 갔더라면 그냥 즉사했을 것이다.

 숲은 그들의 것이다.  어설프게 숲을 보호한답시고 파헤치는 인간의 손은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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