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사천 선진리성의 벚꽃

설리숲 2017. 4. 3. 22:46

 

 사천에 이태를 살면서도 지척에 있는 선진리을 한 번도 못 가봤다. 벚꽃이 그리 좋다는 풍문이었는데 글을 쓴답시고 방에만 들어앉아 두 번의 봄을 그냥 흘려보냈다.

 그로부터 17년 후의 봄날이다. 맘먹고 선진리을 찾았다.

 

 벚꽃의 세상이다. 백화가 만발한 계절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상춘의 으뜸은 역시 만개한 벚꽃이요 날리는 벚 꽃잎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군요.

  알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많군요. 싫어요~~

 

 사천 선진리 성은 외적을 막으려고 쌓은 성이 아니다. 왜군이 조선 수군을 막으려고 쌓은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조선 땅에 왜군이 성을 쌓고 조선군을 방어하다니!

 성벽에 올라서면 사천만 바다가 훤히 보인다. 전라좌수영을 떠난 이순신의 수군이 선진리 성의 왜군을 향해 진격했던 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적지이지만 우리들에게는 그것보다 역시 벚꽃이 아름다운 명소다. 역사는 내년에도, 오랜 세월 뒤에도 기억되고 저장되어 있겠지만 봄날의 벚꽃은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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