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의 생명들이 있다.
인간들은 그것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였다. 물론 그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 대부분은 이름도 없고 또 인간이 그 존재조차도 알 수 없는 생명들이 부지기수다.
소나무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는 거기다 적송 백송 리기다소나무 등 여러 갈래로 다른 이름을 붙였다.
전나무도 있고 낙엽송도 있고 삼나무도 있고 측백 편백도 있고...
비슷비슷한 나무들을 살펴 그 이름을 아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머리 아픈 일이다.
간혹은 비자나무네 아니네 향나무가 맞네 서로 우기며 다투기도 한다.
인간 저들끼리만 다툰다.
정작 나무들은 제가 가문비나무인지 구상나무인지 알지도 못하는 걸 저들끼리만 난리친다. 그 앞에 가서 아무리 구상나무야! 하고 불러 봤자 그들은 알지 못한다.
그 이름을 불러주니까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제 편의대로 이름을 붙여 놓고는 그것의 이름을 외느라 머리가 터진다.
나무들은 스스로 의연한데 말이다.
지식이라는 게 별 의미도 없는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식물도감을 찾아 그 이름을 터득하는 것도 부질없어 보인다.
그냥 너는 나무 너는 풀 너는 나비 너는 새...
하긴 이런 분류조차도 인간이 만든 이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는군.
그냥 단순한 게 좋다. 숲에 들면 그것이 더 절박하다.
이름 따위가 뭔 대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