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오렌지

설리숲 2009. 7. 25. 21:30

 한적한 시골길

 마을버스가 지나간 자리엔 뽀얀 먼지가 일고 그 먼지를 뒤집어 쓴 점방 하나.

 간판은 '슈퍼'라 붙어 있지만 전혀 슈퍼가 아닌 구멍가게다. 구멍가게보다는 그냥 옛날처럼 점방이라 하는 게 제격이다.

 "레종 한 갑 주세요"

 펑퍼짐한 몸의 주인 할매가 힘겨워 하며 종이 상자 하나를 내놓는다.

 "필요한 거 골라 봐유"

 뒤적거려 레종 담배 한 갑 찾아든 나그네가 돈을 지불하고 사라진다.

 

 하루종일 있어 봐야 몇 안되는 손님이지만  할매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당최 꼬부랑 글씨를 알 수가 없다. 언제부턴지 담배 이름을 죄다 영어로 써 놨다. 양담배 피지 말고 국산담배 피우라고 노상 씨부리쌌는 놈들이 하는 짓거리가 그 모양이다.

 담배하고는 거리가 먼 나는 최근에야 그걸 알았는데 동행을 따라 들어간 점방에서 뒤적거리는 걸 보니 짜장 그렇다. 담배란 담배 모두가 한글이 없는 것이다. 니미 씨부럴. 무식한 촌늙은이는 장사도 못해먹게 만들어 놨다.

 할매는 담배 손님이 올 때마다 늘 그렇게 상자 채로 담배를 내놓을 것이다. 돈도 손님이 주는 대로 받는 건 아닐까 몰라.

 

 '오렌지'가 아니라 '어레인쥐'라고 해야 서양사람들이 알아듣는다는 이 모 교수와 함께 이 모 대통령의 얼굴이 떠오른다. 영어에 올인한다더니 '올인'이 아니라 '얼인'이 아닐까...

 나라 꼴 잘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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