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도토리는 어디로 갔을까

설리숲 2017. 3. 10. 03:23

 

 

 카페 가면 커피나 핫칠리 따위 주문해서는 꼭 사진을 찍는다. 음식점에 가서도 밥을 먹기 전에 반드시 사진을 찍는다. 기도를 하고 나서야 음식을 먹는 크리스천들의 의례 같다.

 그뿐인가. 집의 고양이와 강아지는 수시로 모델이 되고 찍은 사진은 즉시 SNS에 오른다.

 나는 여자들이 왜 그렇게 커피나 파스타 사진 찍는 것에 집착을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SNS를 하지는 않지만 작금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그 열풍을 느낀다. 그들이 왜 그렇게 애착을 가지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런 것 같다. 내 눈엔 하나도 재미없는 것들이 그들에겐 매우 중요한 일처럼 보인다.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긴 하지만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다.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제일 위험한 건 나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아침 일어나면서부터 밤 잠들 때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정보다. 그간의 행적을 추적하다 보면 그 사람의 다음 행적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여행 간다고 공항서 사진 찍어 올리고, 소래포구에 놀러 왔다고 사진 찍어 올리고, 어디 엔젤리너스에 왔다고 중계한다. 범죄를 작정한 사람들에게도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위화감도 느낀다. 좋아요를 누르지만 실은 부럽기도 하고 시기심도 생긴다. 나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경쟁의식이 생긴다. 그로 인해 바람직하지 않은 지출도 늘어난다.

 또 SNS에 끊임없이 업로드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도 생긴다. 그래서 어떤 콘텐츠든 자꾸 만들어야 한다. 관종(관심종자)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팔로워나 좋아요 추천이 자꾸만 부추긴다. 뭐라도 하라고. 이렇게 중독이 되면서 SNS가 생활의 목적이 되고 생활의 전부가 된다.

 

 그러나 SNS에 올라오는 정보는 팩트가 아닐 경우가 더 많다. 어느 블로거의 여행기를 보자. 그 포스트에 올라온 사진은 죄다 아름답고 예쁜 사진뿐이다. 수십 수백 장 찍은 사진 중 좋은 사진만, 그것도 포토샵이라는 편집을 거쳐 엄선한 사진들이다. (기자들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제 그 여행지에 가보면 그렇게 예쁜 풍경만 있지는 않다. 평범하거나 또는 추접한 풍경은 완전히 배제되었다. 사진으로 인해 기대했던 관광명소에 실망을 하기 십상이다. 사진을 믿지 말자는 이유가 그것이다.

 우리는 대개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면서 그 화려하고 고상한 것만 접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만 올리는 것이니 당연하다.

 

 이런 시스템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없다. ‘관종이라는 새로운 질병만 전염될 뿐이다. 이 중독성으로 유명 셀럽들이 수렁에 빠져 추락하는 경우를 양산하고 있지 않은가.

 

 

 묵이나 쑤어 먹었지, 대개는 다람쥐의 겨울 양식이거나 흉년에 가끔 사람들의 구황열매로 먹던 도토리. 한때 이 도토리가 대단한 아이콘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싸이월드의 위엄이 초라하게 내려졌다.

 사회의 변혁은 10년이 아니라 하루하루 시시각각 이뤄지는 것 같다. 트위터, 페이스북도 지금은 이리 창대하게 군림하지만 그간의 흐름에 비추어 보면 또다른 어떤 시스템에 쉽게 자리를 내주는 것도 예측 가능하다. 더구나 긍정적인 시선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많은 지식인들이 SNS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인생낭비요 정신의 피폐라고 경고하고 있다.

 

 

 

 

               블론디 : Heart Of G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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