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엘 같이 가자는 약속을 결국은 못 지켰다.
많은 산 중에 왜 수락산이에요?
젊었던 어느 때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읽고는 수락산을 꼭 가봐야지 했다. 두 젊은이의 비극적인 사랑으로만 기억될 뿐 내용은 전혀 머리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가을날에 수락산을 다녀오면서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되는 부분만은 오래 남아 있다. 작가의 뛰어난 필력으로 묘사된 탓일 게다.
마음은 그랬으나 그 후로 오랫동안 수락산 근처에도 못 가봤고 경숙이랑 친하게 어울려 다닐 때 그곳엘 같이 다녀오자는 - 그것도 반드시 가을에 - 약속을 철석같이 해놓고는 번번이 그 기회를 잡지 못하고 말았다.
그리고 또다시 많은 시간이 흘러 계획도 없이 어정쩡하게 다른 사람들에 묻어 수락산을 다녀왔다. 과거 혼자만의 약속을 먼 후일에 지킨 셈이다. 그녀와의 약속을 못 지킨 건 못내 더껑이처럼 남는다.
가을이 아닌 봄이다. 산은 진달래가 지천이었다. 가을과 봄 풍경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에 꼭 가 봐야지 하는데 올해가 될지 또 여러 해 걸릴지.
프랑소와즈 아르디 - Comment Te Dire Adi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