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영화가 싫다

설리숲 2014. 8. 1. 15:00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 일부러 표를 사서 보는 짓은 당연히 하지 않고 공짜로 보는 인터넷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간단한 정보 따위는 단편적으로 들어 알고 있는 정도다. 가령 빠삐용에는 더스틴 호프만과 스티브 맥퀸 두 스타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것 따위. 음악블로그를 관리하다 보니 거기에 관련된 테마음악이나 사운드트랙이나 좀 알까. 그 역시 짧은 상식이지만.

   

<청춘>이라는 영화를 접하게 되어 들여다보게 되었다. 제목이 좋다. 진희경 김래원 김정현 등이 나온다는 단편지식과 어쩌다 보게 되는 스틸사진 몇 장이 사전정보의 전부다. 무엇을 대하기 전에는 선입감이 있기 마련이니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선입감은,

 봄날의 흩날리는 꽃잎처럼 아름답고 풋풋한 젊은 청춘들. 그들의 첫사랑의 설렘과 인생을 시작하는 고뇌와 떨림들을 예상했었다. 어쩌면 생각지도 않은 보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했었다.

 

 그런데 아니다.

 시작은 매화 잎이 날리는 하동의 과수원 길이다. 내가 상상한 그대로다. 그렇지만 곧바로 내가 예상한 것과 정반대로 어그러진다.

 새로 전학 온 자효에게 하라는 앞뒤 잴 것 없이 대쉬하여 자전거를 태워 달라 한다. 자효의 자전거에 타고서는 거침없이 손을 뻗어 그의 성기를 만진다. 풋풋한 감성이라곤 없다. 이어서 필요도 없이 등장하는 섹스신들. 심지어는 하라의 집에 놀러가서 버젓이 정사를 벌이다가 어머니에게 들키기도 한다.

 고등학생들의 청춘을 그리려는 게 아니었군.

 또다른 친구 수인은 새로 부임해 온 여선생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있는 그녀의 방에 뛰어들어가 다짜고짜 강제로 키스를 한다. 고등학생과 그가 짝사랑하는 선생님의 애절한 모양이 아닌 영락없이 한참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성폭행이다. 더구나 이것을 대하는 여선생의 태도도 시쳇말로 오글오글이다.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없이 타이르는데 도덕책에 나오는 구절을 읽어주는 수준이다. 의미도 없고 공감도 안 되고.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어설픈 대사와 표정에 더 이상 보기가 어려웠다. 여기까지 보고 말았다.

 

 내 기대와 선입감과 어긋나서가 아니라 그 내용의 예의없음을 비판하는 것이다.  쓸데없이 옷을 벗기고 정사를 벌이는 무성의한 개연성이라니.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라 하기엔 뭐...

 

 제목은 참 좋았는데.

 그 청춘의 내용은 '성에 매혹된 시절'이었다.

 역시나 영화는 내게 매력이 없다.

 전부다 뻥이고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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