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만추

설리숲 2013. 11. 6. 01:47

 

 

 전화기에 수백 명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어도 그중 실제로 자주 통화하거나 만나거나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거개는 거의 만나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다.

 가끔 전화기 목록을 뒤져 보아 최근 2년 이상을 통화하지 않았거나 만나지 않은 사람은 삭제하곤 한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참말 오랜만이다. 얼마 전에 내 저장목록에서 삭제했던 사람인데 마치 항의라도 하듯 느닷없이 전화를 해 온 것이다. 그의 번호를 다시 저장한다.

 

 만추다. 겨울이 저만치 다가와 있음이 확연히 느껴지는 가을날.

 낙엽.

 내 목록에서 지웠던 그와 함께 가을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다.

 

 아름답고 쓸쓸하고 조급한 가을이다.

 

 

 

 

 

 

 

 

 

 

 

                                             Mecano : Hijo De La 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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