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마을이 있는 풍경

강진 남성리 영랑생가

설리숲 2011. 2. 26. 18:55

 

 

 

         오월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러울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문장" 6호, 193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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