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 빚 갚다
광실의 쌀가마니가 알게 모르게 축나는 것을 느낀 정연은 옆집 하인 석근이 의심스러웠다.
제집 여종인 금순이와 눈이 맞아 수시로 들락거리는 게 영 언짢던 참이었다.
오늘도 석근이 놈이 온 걸 대뜸 불러세웠다.
“석근이 너 나좀 보자”
영문을 모르고 잔뜩 주눅이 든 석근에게 엄포를 놨다.
“니가 우리 집 드나들면서 광실 쌀을 훔쳐 갔지?”
“마님 무슨 그런 해괴한 말씀을... 아니유”
석근이는 한사코 아니라고 발뺌을 했지만 정연이는 곧이듣지 않고 을러댔다.
“내가 네 놈 짓인 걸 모를 줄 알아? 그래서 너를 혼내 주겠어”
정연은 냅다 석근이의 가랑이 사이를 걷어찼다.
석근은 공중제비로 튀어오르며 비명을 질렀다.
“바른대로 이실직고 하지 않으면 열 대 때릴 거야”
연달아 석근의 거시기를 후려찼다.
거시기를 때린 건 종놈의 주제에 내 계집종을 넘보는 게 눈꼴사나운 것도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범인은 다른 사람임이 밝혀지고 화가 난 석근이 달려왔다.
“마님, 어떡하실래유? 지한테 빚 갚어야지 않겠어유?”
그렇잖아도 정연은 미안해하던 참이었다.
“알었다. 내가 빚 갚을게. 종놈인 주제에 그래도 사내라구 너도 그걸 바라는 게지.
오늘 밤에 내 방으로 오너라. 몸 깨끗이 씻구 와야 헌다? 하이튼 사내놈들은 다 똑같어. 순삼이도 그러고 박초시 아들내미도 또 석수 아재도 꼭 그것만 탐하더니...”
그러나 석근이는 뭔 새꼽바지는 소린가 눈만 껌벅이다가,
“마님도 제 거시기를 열 대 때렸으니 지도 그렇게 함 되지유?”
냅다 정연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오매 나 죽네!! 정연은 비명을 지르고 석근은 결기에 찬 표정으로 씩씩거렸다.
“이제 아홉 대 남았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