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숲 2022. 8. 19. 22:23

 

광실의 쌀가마니가 알게 모르게 축나는 것을 느낀 정연은 옆집 하인 석근이 의심스러웠다.

제집 여종인 금순이와 눈이 맞아 수시로 들락거리는 게 영 언짢던 참이었다.

 

오늘도 석근이 놈이 온 걸 대뜸 불러세웠다.

석근이 너 나좀 보자

영문을 모르고 잔뜩 주눅이 든 석근에게 엄포를 놨다.

니가 우리 집 드나들면서 광실 쌀을 훔쳐 갔지?”

마님 무슨 그런 해괴한 말씀을... 아니유

석근이는 한사코 아니라고 발뺌을 했지만 정연이는 곧이듣지 않고 을러댔다.

내가 네 놈 짓인 걸 모를 줄 알아? 그래서 너를 혼내 주겠어

 

정연은 냅다 석근이의 가랑이 사이를 걷어찼다.

석근은 공중제비로 튀어오르며 비명을 질렀다.

바른대로 이실직고 하지 않으면 열 대 때릴 거야

연달아 석근의 거시기를 후려찼다.

거시기를 때린 건 종놈의 주제에 내 계집종을 넘보는 게 눈꼴사나운 것도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범인은 다른 사람임이 밝혀지고 화가 난 석근이 달려왔다.

마님, 어떡하실래유? 지한테 빚 갚어야지 않겠어유?”

그렇잖아도 정연은 미안해하던 참이었다.

알었다. 내가 빚 갚을게. 종놈인 주제에 그래도 사내라구 너도 그걸 바라는 게지.

오늘 밤에 내 방으로 오너라. 몸 깨끗이 씻구 와야 헌다? 하이튼 사내놈들은 다 똑같어. 순삼이도 그러고 박초시 아들내미도 또 석수 아재도 꼭 그것만 탐하더니...”

 

그러나 석근이는 뭔 새꼽바지는 소린가 눈만 껌벅이다가,

마님도 제 거시기를 열 대 때렸으니 지도 그렇게 함 되지유?”

냅다 정연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오매 나 죽네!! 정연은 비명을 지르고 석근은 결기에 찬 표정으로 씩씩거렸다.

이제 아홉 대 남았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