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아름다운 밤이예요

설리숲 2019. 7. 24. 18:46


서울 성균관대 학상들이 농활이래나 뭐래나 함시롱 와서는 흙사랑 살림터에서 이레를 묵고 갔시유. 갸들 나름으로는 젊은이다운 기백과 가치관, 또 호연지기를 키우는 존 기회가 됐을 걸루 알아유. 기실 일도 마이 했구유.

한 스물 남짓 될라나? 갑작시레 생활관이 떠들썩하니 생기가 넘치는 건 존데, 지를 비롯하여 기존 기숙생활허는 사람들은 쬐끔 불편도 했지유.

지냑마다 비는 시간없이 세탁기가 돌아가 내 빨래는 밀렸지유. 허기사 요행히 세탁기를 차지혔드래도 널어말릴 건조대도 죄다 갸들이 차지허고 있는 헹펜이니께 엄두도 못내고 기냥 빨랫감은 채곡채곡 쌓아 뒀시유. 샤워도 갸들 간 담에 하려구 때를 잔뜩 쌓아 뒀구유.


딴건 다 그저 괜잖어유. 질루 불편헌 거는유.
아 이 사람들이 늦게까정 안자구 들락거리는 거여유. 머 크게 웃고 떠드는 건 아니지만, 아시다시피 흙사랑 복도 마룻바닥이 좀 요란한가유. 살그머니 댕겨도 삐걱대는 소리가 엄청시리 큰디. 많은 학상들이 자정이 넘도록 복도를 댕기니 그게 쬐끔 불편하더만유.
허기사 농활이라는 게 막걸리 맥주 마시며 왁자지껄 노는 게 주 테마 아니겄슈. 젊은 청춘들의 특권이지유. 우덜 그 시절을 상기혀 봐도 그건 참말 인생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었지 암유. 그러니 그 시절을 다 지나온 우덜이 너그럽게 참아주는 게 맞지유, 그게 어른이니께.

깊은 밤에도,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번씩만 화장실을 댕겨와도 스무 번이니 마룻바닥은 온밤을 삐걱거리는 심이지유.


게다가 새복 4시 40분이면 일 나간다고 일어나 또 한바탕 요란스러우니. 뉘귀 불르는 소리에, 마루바닥 삐걱거리는 소리는 최고 하이라이또를 이루고. 그 시각 한참 잠을 자야 허는 우덜은 환장허겄시유!!
바야흐로 옥시기가 한고동으로 쏟아져 들오는 때라 출근 시간도 7시로 앞땡겨 글찮어도 아침 잠이 태 부족인디 새복이면 이 지경이니 환장허겄슈 안허겄슈.
갸들의 ‘농촌봉사활동’은 지덜헌텐 봉사활동이라기 쪼매 민망한 단어이긴 혔지유.

 그려도 학상들이 지법 심이 있습디다. 얼굴 마주하면 그럽니다.
“저희가 너무 시끄럽지요?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을마나 기특헌 인삽니까. 얼굴들도 이쁘고 말뽄새도 이쁘고 역시 서울 대학상들이 다르긴 다릅디다.
“갠찮어유 머... 우덜은 노인네가 돼나서 죄다 가는귀를 먹어노니께 밖에 떼놈덜이 떼거지로 몰려왔는지 왜놈덜이 왜거지로 몰려왔는지 머 알간유. 갠찮어유 머... 그니께 맘쓰덜 말구 재밌게 놀다들 가유”

참말은 차마 못허구 하얀그짓뿌렁이를 허구 말지유.




오늘 학상들이 갔슈.
어젯밤은 마지막 밤이라 광란의 밤이 될 거라 진즉 짐작을 혔지유. 어차피 마지막이니께 느그덜이 암만 난리부르스를 쳐도 다 이해헐테니 청춘의 마지막 불꽃까지 살라 놀그라. 아예 밤샐 걸루다 각오했는디유. 머 그렇게까지는 안 살르고 한 11쯤 되니께 히마리들이 꺾어지더니 자정을 넹기면서는 웃음소리도 잦아지더먼유.


예수의 고난의 길처럼,
불면의 긴 주간을 보낸 오늘, 갸들이 갔슈. 가고 말았슈.
시골 할머이들이 농담처럼 그러잖유.
“서울 손주새끼덜이 오니께 반갑구,
간대니께 더 반가워“
그류. 그 말이 참말루 진리유.

다시 고요해진 살림터. 갸들이 떠난 공허감이 없지는 않지만유. 다시 찾아온 평화와 안식을 누리고 있자니 갸들은 어제가 광란의 밤이요 지는 시방 광란의 밤이 시작되는거 같슈.


이런 프로그램이 한번 정도면야 엥간허겄지만서두 두세번은 오 나무아미할레루야!! 누구를 위한 봉사활동인겨. 우덜에게도 봉사의 손길을....

어쨌든 시방 창밖은 다나스의 잔풍이 감미롭게 지나가구 있구유.
아름다운 밤이여유.